조 바이든의 당선 이후 미국은 트럼트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는 다른 동맹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쿼드(The Quad)이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함께 결성한 4개국 협력체인인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를 줄인 말이다. 이들은 “우리는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초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 증진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인도양, 태평양에서 주요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 간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안보 단체이지만 중국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의 지원 및 구호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결성되었으며 이후 2007년 중국에 대항할 경제.군사적 연대의 필요성을 논의하며 확대되어가나 싶었지만 네 국가의 정권이 모두 교체되며 2008년의 협의를 끝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던 2020년 10월 6일 4개국의 외무장관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백악관의 쿼드 회담 계획 발표에선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중국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과 인도이 중국 자극에 대해 난감함을 표하며 공동성명은 불발되었다. 일본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요했고, 인도는 중국을 적으로 돌리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2021년 현지시각 2월17일, 역대 3번째이자 바이든 행정부 이후 최초로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4개국 정상들이 중국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하면서고 쿼드 정상회의가 근본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 회의 뒤 5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에는 코로나19 백신 생산.공급 확대부터 워킹그룹 신설 등 중국을 염두한 것 같은 내용들이 많이 담겼다. 한겨례는 쿼드 정상들이 성명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경제·보건상 타격에 대응하고 기후변화와 싸우며 사이버 공간과 핵심적 기술, 대테러, 양질의 인프라 투자, 인도적 지원, 재난 대응, 해상 영역을 포함해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 중 이들은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백신의 효과적인 개발과 생산을 위해 미국, 일본의 자금 지원, 호주의 물류 능력을 이용해 인도에서 백신 생산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노백 백신을 개발 도상국에 공급하는 백신외교에 대한 대응적 방안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인도 등과 많은 국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 미국 정부는 동맹·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키워드로 두며 쿼드에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에 대한 참여를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를 거론하고 있다. 연합 뉴스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안전의 핵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쿼드 동참에 대한 미국의 은근한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이 쿼드에 참여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에 뛰어들게 되는 셈이다.
쿼드 참여를 두고 우리 국내의 의견이 분분하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국일보 기사를 통해 『한국은 쿼드와 실질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쿼드가 설치키로 한 3개 작업반은 우리 국익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신기술 분야의 협력과 규범 창출, 희토류 공급망 조정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심대한 영향을 가져온다. 또한 우리가 없는 곳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모양새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우리가 여기에 참여한다고 해서 중국이 평화적 부상을 못할 이유도 없다. 쿼드는 진화하고 있다. 지향점도, 방법도 바뀐다. 쿼드의 진화가 우리에게 어떠한 기회를 주는지,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는 의견을 기재하였다. 또한 조선일보 칼럼에서는 4가지의 이유를 들어 한국이 쿼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실리기도 하였다. 그 4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지형 재편과 이에 따른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안전을 지킬 보험으로써 의미가 있다. 한·미 동맹이 우리 안보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쿼드는 이를 보강할 재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쿼드가 실체를 갖추기 전에 참여하여 목표와 방향, 원칙과 운영체제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유사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나라들이 우리의 사활적 국익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모임이라면 당당히 참여하여 발언권을 행사해야 한다.
셋째,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중국의 힘과 위협을 과대평가하여 과잉 대응하는 것을 견제하는 데도 쿼드는 도움이 된다. 끝으로 쿼드 참여는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leverage)를 강화한다. 국제 관계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상대방의 선의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움직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전락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2020년 9월 강경화 외교장관은 미국 비영리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한국은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한국 정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2021년 3월 18일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의 ‘2+2 회담’과 관련해 국방부는 18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 협의체인 쿼드에 한국에 가입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회담 직후 블링컨 장관은 “쿼드 이슈에 대해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들어가기 싫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미·중에 대한 우리 국익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외교 레버리지를 증강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미·중 사이 균형외교 관련, 우리 정부의 치밀한 대응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