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도 미끄러져 내려갈 듯한 비단결 생머리에 바람 불면 날아갈듯한 여리 여리한 몸매. 지나가는 남정네가 보면 침 질질 흘릴 것 같은 세련된 외모가 아닌 뽀글 머리에 몸빼바지를 입고 촐싹거리는 걸음걸이로 신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돈은 많고 그 사실은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바람은 가족과 펀드매니저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늘 궁금해하는 돈 많은 이작가. 바로 나다.
"음하하하하"
3년 전에 쓴 일명 한국판 해리포터가 포텐이 터졌고 전 세계 출판사들과 계약이 이루어졌다. 각종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데 전부 거절하고 은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한 간에는 "병이 있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성격이 지랄 맞다. 등" 나뭇잎처럼 무성한 소문들이 가득하지만 오해다. 그저 에너지가 부족하여 멀티가 안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싫어할 뿐이다. 그래도 늘 기사를 검색하며 읽고 즐거워하는 은밀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영화로 제작한다고 하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까지만 들었다. 출연배우들은 모르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세영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다. 5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읽고 쓰기와 평소 틈틈이 공부해 둔 재테크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지지리 운도 없고 돈 복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글쓰기가 주는경제적자유는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오늘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 평소 인생 대박 나면 하려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행에 옮겼다. 바로 서울 신사동에 큰 빌딩 하나를 매입한 것. 이 빌딩은 앞으로 보육원을 퇴소하고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우산이 되어 줄 것이다. 폭우가 쏟아져도 태풍과 눈보라가 불어닥쳐도 절대 휘어지거나 꺾어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우산말이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나와 같은 동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되어 주변의 진심 어린 박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 건물에서 마법을 부릴 예정이다. 적어도 보육원 퇴소 후 10년 동안은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그 후에는 진짜 독립이 이루어지는 곳.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그날의 나비효과가 이 빌딩에서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하드웨어는 갖춰졌으니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한담? 하이브나 JYP엔터테인먼트 회사들처럼 다방면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겠다. 먹거리가 중요하니 식단은 전부 유기농으로 무상 제공되고 상담, 교육, 금융, 법, 문화등 각 분야에 전문가를 두어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탈바꿈되도록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명강사들을 모셔 특강을 진행할 예정인데 강사는 스승 이은경 선생님을 시작으로 조교님, 브런치 2기 동기작가님들로 구성이 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정체를 밝힐 수 없기에 미안한 마음을 강사료로 대신해야지. 이들이 있었기에 계속 글을 쓰며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으니 참 고맙고 든든한 벗들이다.
대략적인 소프트웨어도 구상이 된 것 같고 오늘은 여기까지. 앞으로도 정체를 들키지 않고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언더보스처럼 건물 청소부가 되어 볼까? 카페직원으로 변신할까? 다 필요 없고 내가 가장 잘하는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하나 걸치고 몸빼바지 입고 늘 그렇듯 매일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좋겠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니 이 은밀한 취미를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스톱! 이제 피곤이 몰려온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