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왜 이래.’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휴대폰 터치를 잘못해서 우연히 접하게 된 브런치 2기 모집 프로젝트를 본 순간, 몸뚱이가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의 망설임과 반대로 손은 이미 수강신청을 해버렸다. 눈동자가 갑자기 바빠지며 집안을 스캔했다. 온통 아이들 살림뿐이고 내 물건이 비참하게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것을 포착. 그 즉시 머리가 나만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외쳤다. 손과 발이 한 팀이 되어 베란다에 있는 물건을 치워버리고 하얀색 책상 하나를 가져다 놓았다. 덩그러니 책상 하나만 있는 초라한 그 공간이 최고로 멋있고 근사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엄마 그렇게 좋아?"
"그럼 좋지~ 엄마만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거든. 너희들은 각자 방이 있지만 엄마는 없잖아. "
"엄마는 거기서 뭐 할 건데?"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거야. 어떤 공부인지는 쉿! 비밀. 나중에 알려줄게"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엄마의 모습이 신기한 듯 쳐다보다 같이 웃어주었다.
그곳에서 10월 13일을 기다리며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과 설렘이 마음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 베란다 나만의 공간 ]
돌이켜보면 늘 글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계속 곱씹으며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사색에 잠기곤 했다. 작가란 독자로 하여금 읽기의 멈춤을 알게 하고 향유의 시간을 주는 특별한 재능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글쓰기는 감히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영역이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 도전한 결과가 지금 브런치 영역 안으로 데려다주었다.
“야호 신난다! 합격이다” 혼밥을 하는데 혼자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내 머릿속 일상이 바뀌었다. 지난 삶의 후회로 가득했던 공간이 읽고 쓰고 싶은 방으로 재부팅된 것이다. 그리고 동기작가님들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댓글을 달고 그들의 글을 감탄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브런치를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풀어내는 단순한 장소로 변질시키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되었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가?”
좀 더 진중해졌고 반복된 질문과 생각들이 오갔다. 현란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글 속에서 그 향기를 내고 싶고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읽는 순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일상에서 조금 깊이가 생겼다. 그러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 읽고 쓰는 일상 루틴을 통해 열등감을 승화시켜 내면을 성숙시켜야겠다고 다짐한다. 분명히 서투름이 보일 것이고 미흡함에 창피하겠지만 얼굴과 마음에 철판 깔고 하나씩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이 계셨고 혼자가 아닌 든든한 동기들이 있기에 가능할 것 같다.
참, 밤마다 잠도 안 자고 ‘따다다’ 소리를 내는데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무심한 신랑에게 합격 소식을 전했다.
[ 신랑에게 합격소식을 전하다 ]
퇴근 후 신랑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씩~ 웃으며 묻는다. “아점 이야기 어떻게 쓸 거야? 메뉴가 있나? 사진도 찍나?” 풋! 신랑은 아직도 브런치가 아점이야기를 쓰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아점작가가 되었다.
(상단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