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와도 같은 것

<멋진 신세계>를 읽고

by 구름 의자

인간은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어느 누구도 고통을 피해갈 수 없고,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때로는 거칠게 휘몰아쳐져서 긁히고 살점이 찢기고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 온몸이 가시에 찔리고 못에 박혀 괴로워하고 꼼짝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 죽을 것 같은 시련의 순간들, 이 모든 과정을 견디고 나면 결국 죽음에 이른다. 나이가 들고 늙어감에 따라 몸은 녹이 슬고 병과 통증과도 익숙해지며 죽음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올리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이런 인간의 모든 고통과 죽음으로부터 오는 두려움, 공포를 없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바보들의 천국. 어떠한 생각과 질문, 걱정과 고민, 불안과 고통도 없는 사회,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천국처럼 보이는 멋진 신세계. 사람의 고통이 극한에 치달아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온다면 이 천국 같은 신세계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을 지도 모른다. ‘소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마약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고통을 없애주고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묘약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과학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참고 견디기보다는 점점 고통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불편함보다는 편리함을, 느린 것보다는 빠름을, 고통보다는 평안을. 이미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다시 예전의 불편한 생활로 돌아가기 힘들다.


하루에도 수차례 숏폼 영상, SNS 무한 스크롤, 자극적인 컨텐츠들이 반복된다. 생각을 하거나 질문을 할 새도 없이 새로운 자극들로 덮인다. 이것들은 선택이 아니라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환경과도 같기에 개인이 애써봤자 막을 수는 없다. 간혹 <월든>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일부러 인적 없는 숲이나 바닷가로 가서 문명과 떨어진 삶을 살아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도 충분히 발달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이, 더 빠르게, 계속해서 발달을 추구해나갈 것이다. 그 발달로 인한 부작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의 파괴, 기계화 되어가며 쇠퇴해가는 인간성, 각 나라마다 이기심으로 충돌하는 가치들, 물질 만능주의, 사랑과 희생정신의 상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계를 만들고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기계 안에서 기계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때로는 자기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거대한 기계와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기도 한다. 강제로 노예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의존하도록 길들여진 상태다. 오늘날에도 '소마'와 같은 것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편리함'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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