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아이들에게 떠오른 이야기

by 구름 의자

어리고 순수하고 말랑말랑한,

이리저리 통통 튀고 구부러지기 쉽고,

때 묻고 땀 흘리고 다치기 쉽고

고집대로 하고 싶은 게 많은 아들들아.

몸집이 조금씩 커지고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많아지면서

너희들도 주관과 고집이 생겨나고 너희들만의 세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

나는 요즘 너희들 사이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너희들이 하는 이야기가 좀처럼 와닿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아.

어디에서 보고 들었는지 모르겠는 말장난과 추임새, 말투들,

다양한 게임 용어들이 하루종일 귀에 박히면서

나는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만든 음식보다는 포장지 툭 뜯어서 끓는 물 부어 먹는 컵라면에 열광하고

목이 쉬어라 책을 열심히 읽어줘도 게임 영상 한 번에 돌아서버리는 너희들의 모습에

나는 많이 지치고 쓸쓸해졌다.

늘 좋은 음식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던 처음의 마음은

어느새 더 맛있고, 더 재밌는 것들에 밀려나게 되었다.

나도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어.

그래. 게임처럼 재미있고 유쾌하고 짜릿한 경험들이 너희들의 머릿속을 자극하고 지배하고 있어.

책읽기나 글쓰기, 그리기, 만들기처럼 오랫동안 천천히 앉아서 하는 일은 좀 지루하겠지.

나는 지금도 너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것저것 조작하고 대화 같은 걸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너희들의 눈빛은 더 새롭고 자극적이고 재밌는 걸 찾곤 해.

우리는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아.

너희들의 머릿속에는 게임, 재밌는 영상, 웃기고 자극적인 것들이 가득해.

실제로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엄청나게 집중하며 열정적이 되지.

우리는 참 다른 존재야. 생각, 하고 싶은 일, 관심사, 좋아하는 일들이 달라.

너희들이 책을 더 가까이 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구나.

너희들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이잖니.

온라인 콘텐츠와 네트워크가 너희 또래 집단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와는 다른 뇌구조를 가지고 있을 거야.

스마트 폰 없이 20년을 살아온 내가 어떻게

태어나자마자 스마트 폰을 보고 만지며 살아온 너희들을 어떻게 전부 이해할 수 있겠니.

너희 역시 스마트 폰 없는 시대의 나의 삶을 이해하기 힘들 테고 말이야.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여야겠다.

기술이 더 발달하고 모든 사회가 디지털화 되며 AI가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요즘

나는 이 홍수같이 밀려드는 정보의 빠른 속도가

때로는 위험해 보이고 버겁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해.

하지만 우리가 있는 곳이 지금 '여기'이기 때문에

함께 적응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멈춰 봐. 이거 뭐 좀 잘못되어가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은 그 홍수에 맞서는 작은 암초같겠지만,

우리 모두는 그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수밖에 없을 테지.

아무래도 어른인 내가 더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

스마트 폰과 행복하게 공존하고 게임과도 평화롭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보자.

점점 세대 차이가 나게 될 우리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너희들과 함께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즐기는 시간도 필요하겠지?

너희들이 좋아하는 그 게임 캐릭터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신나게 설명하던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나와는 다른 너희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응원하고 싶어.

우리 함께 지혜롭고 현명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해보자.

작가의 이전글'소마'와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