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찰일지 (2)배달 문화

'아아'가 땡긴다고? '이것'만 있으면 15분 만에 온다

by 관찰자

'팡 자이 먼커우바'(放在门口吧)

중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팡 자이 먼커우바'만 알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 문장의 뜻은 '문 앞에 놓으세요'다. 배달원이 음식이나 물건을 가지고 집 앞에 와서 전화를 걸면 그냥 이 문장을 말하면 된다나.


'지금의 중국'을 특징짓는 건 다름아닌 '배달 문화'다.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숙소 내지 동네로 가기까지 수많은 배달원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노란색, 파란색, 때로는 빨간색의 유니폼과 헬맷을 쓰고 있어 알아보기 쉽다.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집 앞 쇼핑몰엔 매일 수십 명의 배달원들이 스쿠터에 앉아 '콜'을 기다리고 있다. 식당과 카페엔 배달을 보내기 위해 포장된 음식과 음료가 매대를 가득 채운다.


하루는, 내가 하루에 마주치는 배달원들은 모두 몇 명일까 궁금해 세본 적이 있다. 무려 32명이었다. 아침엔 잠을 깨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 먹는다. 점심엔 간단한 볶음면이나 마라탕을 시켜먹는다. 저녁엔 요리를 하기 위해 앱으로 장 본 음식 재료들을 배달시킨다. 그야말로 잠에서 깰 때부터 다시 잠에 들 때까지 배달은 계속된다. 중국에 산 지 겨우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배달은 이제 어느새 삶 깊숙이 들어와있다.


요즘 한국도 배달 문화가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상태다. 한국과 중국의 차이라 하면 한국에 비해 빠른 배달 속도와 함께 커피 한 잔처럼 소량의 것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면 보통 15분 안에 배달이 온다. 9.9위안(약 2000원) 정도인 커피 한 잔을 시켜도 정성스레 포장돼 배달이 온다. 배달비는 대부분 무료다. 커피뿐만 아니라 꽃, 신선식품 등 모두 무료로 배달된다. 한국에선 불법인 의약품과 주류도 중국에선 배달이 가능하다. 새벽 3시에 갑자기 배가 아파 소화제를 시켜야 할 때 배달을 시켰더니 30분 만에 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결국은 인건비다. 인건비가 저렴하기에 가능하다. 배달원들의 숫자는 많고 이들이 가져가는 돈은 많지 않다.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메이퇀(美团) 배달원들은 한 건당 약 5위안에서 20위안 정도를 번다. 어러머, 징둥 배달원들의 건당 수입도 이와 비슷하다. 한 달 수입은 각자 다르지만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배달원의 월평균 수입은 약 6803위안(약 141만 원)이다. 참고로 대도시인 베이징에서 화이트컬러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평균 월급은 1만 8000위안이며 범위를 중국 전역으로 넓히면 화이트컬러 종사자의 평균 월급은 약 9800위안이다.


배달이 급속도로 증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한 달에 1만 위안 이상을 버는 경우도 있었다. 팬데믹이 끝나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최근 배달원들의 수입은 이보다 낮아졌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플랫폼별 경쟁이 심화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메이퇀과 어러머가 양분하던 배달 시장에 중국의 대표 쇼핑 플랫폼인 징둥이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게 어느 정도였냐 하면 "커피를 제 돈 주고 사먹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플랫폼 이용자를 끌어들이려 음식 가격을 크게 인하했고 심지어 음식을 공짜로 주는 '0원 배달' 사례도 나왔다. 이에 중국 감독 당국은 세 업체 측 관계자를 소환해 공정한 경쟁을 할 것을 경쟁했고, 배달 업체들은 과다 출혈 경쟁과 비이성적 프로모션을 자제할 것을 다짐했다.


과잉 경쟁 속 배달원들의 처우가 나빠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터. 배달 예상 시각보다 늦을 경우 '지각 벌금'을 내야 하며 고객으로부터 '평점 테러'를 받은 배달원은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최근에야 배달원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징둥과 메이퇀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배달원에게 사회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배달원들은 여전히 사회보장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난' 배달원들에 의한 각종 소요도 꽤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원과 아파트 경비원 간 갈등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됐다. 2024년 8월 저장성 항저우시에서는 배달원이 아파트 단지 내 잔디를 밟았다는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이 그의 무릎을 꿇려 동료 배달원들이 집단 시위를 벌였고 지난 연말에는 한 매달 노동자가 스쿠터를 타고 단지 안으로 진입하다 경비원의 제재를 받아 동료 배달원들이 모여 대규모 거리 항위로 번졌다. 몇몇 네티즌들은 "거대한 산업 사슬의 맨 끝에 있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빠르고 저렴한 배달 서비스에 만족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편함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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