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찰일지 (3)1억 마리 댕댕이와 냥냥이

중국의 반려동물 문화

by 관찰자

처음 베이징에 온 뒤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반려동물이 많다는 것이었다. 살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에 산책로가 잘 형성돼있는데 산책을 할 때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주민들을 상당히 많이 만난다. 좁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키우지? 싶은 대형견부터 작고 귀여운 소형견까지 다양해 산책할 맛이 난다.


쇼핑몰에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판매하는 펫샵이 꼭 하나씩은 들어있다. 앵무새 등 조류, 이구아나와 같은 파충류, 애완돼지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곳도 많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중국 도시에서 키워지는 반려견은 약 5175만 마리, 반려묘는 6980만 마리다. 합쳐서 약 1억 2000만 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가 중국에서 반려동물로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보고서는 중국의 전체 반려동물 수를 약 4억 3000만 마리로 추정한다.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토끼, 조류 등 소형 애완동물까지 넓게 집계한 수치로 보인다. 중국의 반려동물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중으로, 2029년까지 약 5억 7000만 마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에서 반려동물이 늘어난 것은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실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반려동물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찾아보자면 우선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에 큰 비용을 지출할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 이면에는 중국인들의 우울증과 고독 등 사회 심리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35년 동안 이어져 온 중국 당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외동으로 자라온 인구가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 결핍을 해소하려는 기류가 생긴 것이란 얘기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취업난 속 젊은이들이 결혼 및 출산을 거부하고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약 1.0명이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니 관련 산업의 규모 역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25년 중국 반려동물 업계 백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도시의 반려동물 소비 시장 규모는 2793억 위안으로 올해(2026년)에는 3613억 위안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의 반려동물 경제 관련 기업 수도 424만 6000개로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반려동물의 먹고 입는 것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미용, 훈련, 교육, 피트니스, 의료 등 세분화된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유치원뿐 아니라 정원과 스파가 딸린 호텔 등이 큰 인기를 끈다. 춘제와 같은 연휴에는 예약이 몇 달 전에 꽉 찰 정도로 수요가 높다.


산업 규모가 커지자 중국의 여러 지방 정부들도 '반려동물 친화'를 앞세우며 각종 계획을 내놓고 있다. 선전시 뤄후구는 약 7만 5000㎡에 선전 최초의 반려동물 경제 산업단지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상하이시 펑셴구도 '펫이코노미' 관련 발전 계획을 수립했으며 장시성 간저우시는 반려동물 건강 산업을 시의 핵심 산업사슬에 포함시켰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 수는 늘었지만 아직 에티켓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를 다니다 보면 딱딱하게 굳은, 혹은 아직 뜨끈뜨끈한 강아지의 '응가'를 마주할 때가 많다. 해가 지고 어두운 때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바닥을 잘 살피면서 걸어야 할 정도다. 강아지의 대변을 주인이 잘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탓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입마개는커녕 목줄을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형견의 경우 졸졸졸 주인을 따라다니는데 그 모습이 퍽 귀엽지만 덩치가 큰 개가 목줄도 없이 주인 옆을 다니는 것은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 이 이야기를 하면 반론을 하는 중국인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에티켓 부분은 동네마다 차이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많은 강아지 똥을 다 누가 치우냐고 지인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 지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치우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아파트에 고용된 청소 용역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기다란 집게를 든 청소부가 개똥을 하나하나 들어 치우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들은 바 있다. 이것 역시 인건비의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반려동물 문화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문화를 떠받치는 책임은 여전히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에게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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