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교통문화 上
이 곳에 오기 전까진 몰랐다. 서울만큼, 아니 서울보다 더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베이징의 교통은 그야말로 '헬'이다. 특히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 베이징 외곽에서 시내 중심부까지 15km 남짓한 거리인데 2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도시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약 4억 대에 달한다. 이 중 20%가 10개 주요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베이징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788만 대다. 이 중 우리가 말하는 개인용 자가용 수는 550만 대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복잡한 교통 상황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은 여러 차량 운행 제한 정책을 내놨다. 우선 베이징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도입한 '차량 끝번호제'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차량 번호판의 끝자리 숫자에 따라 평일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아예 번호판 발급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번호판은 '추첨'을 통해서 받을 수 있다. 2011년부터 행해져온 정책이다. 추첨의 경쟁률은 정말 세서, 약 700대 1 정도다. 복권에 당첨되기보다 더 어렵다고 불린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의 경우 우대 정책이 있어 상대적으로 당첨 확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호판 경매도 일부 이뤄진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8'이 연이은 '8888' 등 특수 번호판은 경매로 처리된다.
그럼에도 차량은 여전히 많고 도로는 복잡하다. 중국 국민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한 가정당 1대 이상의 자가용이 보편화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2, 3선 도시를 갔을 때에도 교통 문제는 베이징 못지 않다. 선양에 사는 지인도 "걸어가면 15분이면 갈 거리를 차를 끌고 가 30분 넘게 걸렸다"고 자주 토로하곤 한다.
실제로 베이징에 거주하면서 가장 어지럼증을 느끼는 부분은 도로 상황이다. 가뜩이나 많은 차량에 치이는데 수많은 스쿠터와 자전거가 도로를 또 가득 채운다. 다행히 차량이 다니는 도로와 스쿠터,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가 구분돼 있긴 하지만 복잡한 건 매한가지다. 특히 출퇴근 시간엔 도로를 가득 채운 스쿠터 행렬을 볼 수 있다.
일반 서민의 경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 스쿠터, 전기 오토바이다. 장거리 이동도 이것으로 하고 출퇴근도 이것으로 해결한다. 높낮이가 별로 없고 길이 평탄한 베이징의 지형적 특성상 이러한 스쿠터와 자전거가 다니기 좋다. 특히 와이마이 등 배달일을 하는 이들에게 스쿠터는 필수다.
베이징 운전자들의 운전 스타일은 거칠다. 가장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고, 일반 녹색 신호에서 좌회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아주 크고 복잡한 사거리에도 그런다.
시민의식이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무단횡단은 여전히 많고 클랙션 소리도 여전히 넘쳐난다. 심지어 바로 앞에 경찰이 있어도 당당히 무단횡단을 한다. 경찰도 강하게 제지하진 않는다. 빠른 속도로 차가 달려와도 여유롭게(?) 도로를 건넌다. 아이의 손을 잡거나 심지어 유모차를 밀면서도 무단횡단을 한다.
당연하겠지만, 사고도 많이 난다. 보름에 한 번 이상은 자동차끼리 부딪히거나 스쿠터끼리 부딪히는 사고를 보게 된다. 한국과 유사한 형태의 자동자 보험이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 그냥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약간의 병원비만 개별적으로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따로 차량을 렌트하지 않는 한 베이징에서 주재원을 하면서 자가용을 끌기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번호판 발급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는 렌트를 하기도 하는데, 살다 보면 '디디추싱'의 편리함에 빠져 굳이 렌트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디디추싱은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차량 호출 플랫폼으로, 이 곳에서 지내면서 하루 한 번 이상은 꼭 이용하게 된다.
이용 방식은 단순하다. 앱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원하는 차량 종류를 선택한다. 그러면 근처 운전자가 자동으로 배정되고 목적지 도착 후 앱으로 결제한다. 2012년 택시 호출 앱으로 시작한 디디는 2014년 이후 스마트폰과 모바일 결제 확산과 함께 빠르게 대중화됐고 이어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방 중소도시에거는 디디추싱이 별도로 출시한 저가형 플랫폼 화샤오주(花小猪)가 다수 사용된다.
흥미로운 건 디디 서비스를 보면 '너무나' 자본주의적인 형태라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는 기존 택시를 부를 수 있다. 같은 방향의 사람들과 차량을 공유하는 '카풀'도 이용할 수 있다. 돈을 더 주면 '더 빠르게' 도착하는 차를 부를 수 있으며 더 많은 돈을 내면 '좐처'(전문 차량)라 해서 유니폼을 입은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차량이 배차된다. 공항 샌딩 및 픽업 서비스 및 6명이 탈 수 있는 '6좌' 서비스도 있어 유용하다. 일반 요금의 8~10배에 달하는 큰 돈을 내면 '호화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보통 벤츠 E클래스나 BMW5시리즈 등 고급 외제차가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