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랑 Apr 04. 2023

내가 하는 육아는 왜 그토록 힘겨운가?  

#육아우울증 #워킹맘 #전업맘  

 갑자기 나는 맨발로 뛰쳐나가 베란다 창문을 연다. 제법 추워진 가을의 찬 바람이 콧속에 들어온다. 나는 울면서 아파트 17층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려 본다. ‘여기서 떨어지면 당연히 죽겠지?’ 나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한다. 그러다 번뜩! ‘그러면 우리 두 딸은 어떡하지?라는 그 생각에 화들짝 놀란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때이면 아이가 주는 기쁨과 감사는 나발이고 나는 끝없이 떨어지는 절망의 절벽에 서있다. 그리고는 다시 안간힘을 다해 정신줄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리고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타이레놀 한 알을 입에 밀어 놓고 물을 마신다.


 얼마 전까지 나에게 육아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희생 그리고 창살 없는 감옥… 물론 남편은 나를 다독이며 위로해 주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그 어떤 위로조차 가식으로 보일 만큼 나는 정상이 아니었다. 이런 상태는 서로를 힘들게 하는 반복적인 상황을 불러왔다. 그 어떤 위로도 나아지지 않는 나를 보며 남편 역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나에겐 가시가 되어 순간적인 감정들이 나를 휘어 감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육아에 대한 푸념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억울함과 ‘화’로 표출되며 나는 또다시 나를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으로 만들어 희생자 프레임을 씌운다. 그리고 그 옆에 남편의 지쳐있는 모습은 포커스 아웃된 사진 속 배경처럼 뿌옇게 보인다.


나의 일상은 무한 반복으로 같은 패턴들을 보였다. 무언가 명치를 누르듯 가슴의 답답함을 느낀다. 그럴 때면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치며 한없이 우울해진다. 우울의 늪에 빠져들면 집도 치우기 싫고 밥도 하기 싫어진다. 아이는 억지로 겨우 돌보는 수준이 된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두 아이가 울면서 달려들 때는 정말 가끔은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그리고 나도 아이와 함께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그동안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읽어댔던 그 많은 육아서의 내용이 어느 것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울기만 했다.


세상 밖의 엄마들의 아이를 향한 온화한 미소를 보면 모두 쉽게 육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의 육아 하소연을 들어봐도 그저 나보다는 좋은 환경인 것 같아 부럽게만 느껴졌다. 나를 제외한 모든 상황들이 잘 굴러가고 나만 이상하게 힘들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그렇게 나는 ‘육아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육아 우울증은 정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스스로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나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성장이었음을 느끼게 해 준 건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였다.


‘그때 내가 나를 조금 더 돌볼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나처럼 아파트 창밖을 바라보며 가슴을 치는 많은 엄마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함께 성장한다면 어떨까 하는 나의 생각은 이렇게 글로 적어본다.


많은 육아우울증 체크리스트가 있겠지만, 당시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의 목록들을 나열해 본다면 이런 감정들이 있었다.


(1) 무기력;

무엇 하나 의욕은 없다. 해도 티는 안 나지만 안 하면 티가 많이 나는 쌓여있는 집안일을 보고만 있어도 숨이 막힌다.

(2) 화;

이것저것 원할 만한 것들을 해주어 보지만 말을 못 하고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아이 옷은 거꾸로 입히고 아기 응가의 향기(?)가 풍기는 기저귀는 화장실에 대충 팽개쳐 놓은  남편을 보면 더 화가 난다.

(3) 조급함;

천사 같은 아이가 잘 때면 너무 예쁘지만 자야 할 때 안 잘 때는 빨리 재우고 쉬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초조해하며 자기 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하듯 시계를 보게 된다.

(4) 답답함;

회사에서 있던 일을 재밌게 이야기하는 남편이 부럽다. 출퇴근하며 혼자 있을 그 자유마저 부럽다. 혼자 있고 싶은 자유에 대한 욕망으로 답답함이 올라온다.

(5) 우울함;

헝클어지고 머리에 무언가 많이 묻어 있는 옷을 입고 눈에는 생기가 없는 얼굴을 한 내 모습을 거울로 보기 괴롭다. 출근하는 워킹맘들의 완벽히 차려입은 모습과 대비되는 후줄근한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여 우울해진다.


혼자 있고 싶은 욕구에서 답답함과 낮아진 자존감에서 오는 우울함이 크게 느껴졌다. 동시에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가? 나를 탓하며 더 우울해지는 나를 보며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