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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랑 Apr 04. 2023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도 못주는 것인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육아우울증 극복

마음이 불편해지면 가슴이 답답하여 숨이 잘 안 쉬어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휴대폰 메모장을 켠다 그리고 분노의 양치질을 하듯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내 생각을 몽땅 메모장에 적는다.

적어 놓은 편한 감정들을 통해 나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왜 그렇게 힘든 것인가? 온종일 아이 케어하느라 힘들다고 말은 하지만 그 밑면에 진짜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복잡하게 뒤엉킨 털실 같던 것들이 손가락이 아파올 때까지 적다 보면 그 상황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안 쉬어지던 숨을 몰아 쉬어본다.


육아를 하며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이 떠오르곤 한다. "엄마도 이때 독박 육아로 힘들었겠구나" 이해가 될 때도 있다. 많은 순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왜 사랑하는 아이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죽일 듯이 싸워야만 했는지.. 그리곤 장면이 바뀌어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안방에서 놀다 우연히 열어본 화장대 서랍 속에 이혼신청서를 발견하곤 심장이 두근두근 댔던 기억들..


그리고 또 소환되는 기억 하나. 어린 내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냈던 엄마의 입을 통해 나오던 아빠에 대한 미움과 서운함의 감정들과 그리고 그 푸념의 마무리 이야기는 늘 내 가슴에 송곳을 찌르는 듯하다. 내가 생겼기 때문에 아빠와 결혼을 했다는 그 말 때문이다. 혼전 임신으로 식장에  배속에 들어 있는 나와 같이 입장했던 엄마는

늘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엄마가 불행해졌다 메시지를 나에게 던졌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 대한 존재의 부정의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듯했다. 그렇게 십수 년간 세뇌를 받은 나는 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라는 잠재의식이 심어져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부모를 잘못 만나 못 받은 사랑 덕분에 내가 이 모양 이 꼴이니 그냥 이번 생은 망한 건가? 처음에는 부모님을 많이 원망했다.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늘 우울의 감정을 친구 삼아 살아가게 했다. 이미 이렇게 자존감 낮은 아이로 자랐으니 나는 이번 생은 그냥 그냥 이렇게 살아가겠구나 생각하곤 했다. 무엇하나 이루지 못하고 자포자기할 때도 많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이런 낮은 나의 자존감이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육아 우울증을 찐하게 겪고 나서 나는 깨달은 사실이 있다.


우리 부모님은 잘못이 없다. 본인들의 양육방식이 아이의 자존감에 그렇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교육받았다면, 또는 자식을 키우는 동안 마음의 여유를 가질 만큼 부모님이 자존감이 높은 분들이었다면 분명 나의 존재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가르쳐주셨을 것이다.


육아를 하며 특히 나는 엄마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저 힘든 독박육아 속에 하소연할 대상이 없어 나에게 아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으리라... 그 시절 엄마를 이해해 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 시절 엄마를 위로해 본다. "힘들죠? 이해해요~" "괜찮아요~잘하고 있어요~"


맘카페 같은 온라인 공간에 속시원히 하소연할 수도 없던 80년대 90년대 육아를 하던 엄마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친한 엄마들에게 조차 본인의 치부 같은 모습은 드러내지 못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지금의 나보다 한참 어린 그 시절 그녀의 힘든 과거를 진심으로 위로해 본다.


그렇게 엄마를 위로하다 보니 나는 스스로를 사랑 못 받은 희생자 코스프레를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는 본인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자식을 키웠다. 엄마의 사랑은 집을 깨끗이 치우고 손수 지은 밥과 좋아하는 반찬들로 상을 차리고 아프면 자연치유 방식을 연구해서 식초든 목초액이든 억지로라도 먹이고 바르며 그렇게 표현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사랑받으며 자라온 귀한 자식이었다. 그 사랑에 지금이라도 감사함을 느껴본다. 받아온 그 사랑을 나의 사랑하는 두 딸에게도 전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해 본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는 더 이상 사랑 못 받은 희생자 코스프레는 그만하리라 선언한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사랑받아왔으며 스스로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외치며 오늘도 힘내서 육아를 시작해 본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받으며 자란 모든 엄마들의 오늘의 육아에 응원을 보내본다. 


To. 사랑받아 마땅한 당신에게 


"괜찮아요~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From. 나랑(육아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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