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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랑 Apr 04. 2023

아픈 아이 옆에 더 아픈 엄마

#아픈 아이 옆에 엄마의 자세

"삐삐~"

뜨거운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고는 국민 육아템인 브라운체온계를 귀에 가져다 대 아이의 열을 재본다.

39도?!! 오 마이갓!!!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많은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중에 가장 힘든 순간은 아이가 아플 때이다.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크게 아픈 것이 아니더라도 감기나 이앓이로 밤새 끙끙대는 아이를 지켜보는 건  힘든 일이다.


아이가 감기로 밤새 콜록이고 열이 오르지만 약을 먹이는 정도의 단순한 일밖에는 해줄 것이 없다니! 약이 도와주긴 하지만 결국 아이 스스로가 감기바이러스를 이겨 내는 수밖에 없으니 엄마로선 답답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럴 때마다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아이의 고통이 전해지는 듯 찡그린 아이의 얼굴을 보면 나도 몸이 베베 꼬아지며 괴로워진다. 그러다 보면 나도 열이 오르는 듯 두통이 몰려온다. 밤새 열을 내려본다고 물수건으로 아이를 닦아보고 얼음주머니도 가져다 대 본다. 그리고 강박증 환자처럼 계속해서 아이의 열을 재는 나를 발견한다.


병원에서 오늘은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쉬라는 말에 집에 쉬게 된 첫째는 유치원에 안 가니 즐겁지만 몸살감기 통증으로 온전히 그 신남을 즐기진 못하는 모양이다. 안 자던 낮잠에 든 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러다 문득 '아픈 아이 옆에서 바람직한 엄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열감기로 누워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와 남동생이 감기에 걸린 것을 알게 되면 엄마는 큰 병이라도 걸린 듯 세상 걱정스러운 얼굴 하며 짜증을 냈다. 그리곤 본인만의 민간요법을 써먹기 시작한다. 비릿하고 느끼한 냄새가 온 방에 퍼져 나가는 살구씨 기름단지를 가져와 등에 바르고 마사지를 시키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담그면 곧 절인 배추가 될 것 같은 소금물 대야를 방에 가져와 족욕을 시켰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아플 때 엄마가 약을 사서 먹여준 기억이 별로 없다. 인위적인 약보다는 자연식품이 더 건강하게 치료해 준다고 강력하게 믿으시는 엄마의 특별한 양육 방식이었다. 그리곤 늘 우리가 아플 때 안절부절못하시는 모습으로 어떻게든 치료하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셨다.


아픈 것은 엄마에게 알리면 피곤 해지는구나를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나와 동생은 조금 커서부터는 어딘가 아프면 또 무언가 실험적인 자연치료가 시작될 것임을 알았다. 아플 때는 그냥 제발 가만히 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드라마에만 존재할 것 같은 아픈 아이 옆에 자상한 얼굴을 하고 간호해 주는 것은 크게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남들처럼 약을 먹고 평범하게 치료할 수 있었으면 바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특별한 엄마를 둔 우리의 운명 덕에 나와 동생은 조금 커서부터는 알아서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고 엄마에게는 피곤하다 둘러대며 일찍부터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속에서 혼자 끙끙대곤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실험적 자연 치유의 실험 대상이 된 기분보다 더 싫은 것은 한없이 걱정스럽고 불안해하는 엄마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는 게 제일 싫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와 둘이 TV를 보고 있었다. 여느 날과 같이 건강 관련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는 엄마 옆에서 항암효과에 좋다는 율무에 관한 이야기의 내용이 나오자 지루해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내 옆을 바라보자 반짝이는 눈으로 필기를 하며 열심히 보는 엄마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첫째였던 엄마가 고등학교 때쯤 위암으로 투병하셨던 외할아버지는 자식과 5명의 자녀와 아내를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병원에서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마도 엄마를 더욱 건강에 민감한 사람으로 자라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 치료에 대한 불신도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 시절 율무가 암에 좋다는 것을 알았다면 외할아버지가 조금은 더 사실수 있었을까? 나에게 묻는 엄마의 눈물을 보며 나는 조금은 자연 치유에 집착하는 엄마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왜 그리 유독 아픈 우리 앞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파서 누워 있는 내 옆에 나는 어떤 모습의 엄마가 필요했을지 다시 질문해 본다. 아픈 사람보다 더 아파 누울 것 같이 잔뜩 긴장하고 구겨진 얼굴로 있는 것보다는 어차피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니 여유 있게 아이 옆에서 약을 먹이며 토닥여주고 조금 짜증을 부려도 몸이 아파서 그렇구나 생각하며 조금 받아주는 여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 시절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엄마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하신 것임을 알기에... 어린 시절 기억과 스스로의 질문을 통해 그저 나는 아픈 아이 옆에서 편하게 의지 할 수 있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 감사하다.


TO. 아이가 아프면 같이 잠 못 자고 옆에서 괴로워하는 엄마들에게


잠 못 자고 옆에서 간호하느라 고생이에요~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약을 먹이고 옆에서 사랑 가득한 마음과 얼굴로 아이 옆에서 금방 건강해질 거라고 웃으며 우리 긴장을 조금은 풀고 기다려봐요♥


FROM 뜨끈 뜨근한 열감기로 고생하는 아이와 게임을 하며 기왕 옆에 있는 거 조금은 즐겁게 보내보려고 노력하는 나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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