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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22. 2024

2021년 5월, 다시 태어나게 되다

엄마가 되고 달라진 점

길거리에서 모르는 아이를 보며 웃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고, 미성숙한 성인이 부모가 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맞이한 어느 5월. 1991년 5월에 태어난 내가 2021년 5월에 태어난 자식을 품에 안고 나서는 '나 다시 태어난 것 같아'라고 말하게 되었다. 출근 전 아이를 들춰 안고 정신없이 어린이집으로 향하다가도 등원 길에  마주치는 아이에게도 눈을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인사하느라 발걸음을 늦추게 되다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임신기간 열 달 동안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내가 생명을 주고 있다고 확신했고 태교 동화를 읽어주는 남편 목소리를 들으며 이 생명을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늘 그래왔듯이 세상의 중심의 나였고 글의 주제는 내 세상이었다. 엄마가 되어서 행복하다고? 독립적인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종속적인 객체로 사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기천사가 세상에 온 지 일 년이 된 지금, 그 생각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든 것이 내 생각과 반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원이는 나에게 엄마로서 새로운 삶을 선물해 주었고 그동안의 내 가치관들을 모두 뒤죽박죽 섞어버린 후에 제일 반짝이는 것들만 골라서 꺼내 주었다. 반짝이는 것들을 표현하기엔 지금의 내 표현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나에게 거는 기대','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삶','빠져나오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 같은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리라. 조막만 한 녀석이 작은 웃음 하나로 부리는 마법 덕분에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 내가 아이에게 생명을 준 것이 아니라 되려 받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돌이 지난 아들 주원이의 빛나는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수만 개의 별이 반짝이는 우주 속으로 가 파묻히게 되고,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소리는 자꾸만 내 마음을 녹여 봄바람을 불어넣는다. 종종 나를 닮은 보조개가 파일 때면 그 안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어찌나 바쁜지. 특히, 나날이 토실하게 살이 차올라 코끝이 겨우 보일까 말까 한 볼테기와 휘날리는 솜털은 늘 나를 간질인다. 특히나, 단둘이 주고받는 숨소리 외에 모든 것은 아득히 잊게 되는 순간!


행복이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그 순간을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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