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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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길 78-7에
그 마을에는 가장 초라한 집이 한채 있습니다.
여름이면 토란잎으로 가득 차 있던 집뒤꼍에는 뿌리가 튼튼한 잡초들만 가득합니다.
내일이면 논에 넣을 짚더미 속 케케 한 거름냄새도 더 이상 외양간에서 나지 않습니다.
헛간에 쌓여있던 뿌리 잘린 마른 잡초 같았던 소녀는 소죽을 끓이기 위해 불을 지피던 가마솥아래 아궁이를 더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눈 내리는 어두운 밤
대문 앞 덜컹거리는 당신의 자전거 소리에 겁먹고 숨어버리던 아이도 이젠 더 이상 없습니다.
앞논에서 뽑아 팔던 배추는 리어카 위에서 말라빠져 있습니다.
리어카를 끌던 늙은 아내도
등록금을 보채던 어린 자식도 이젠
한우물숲 시냇물에 머얼리 흘러가버렸습니다.
당신 집 헛간에는 뿌리 잘린 잡초들만 남아 있습니다.
PS: 2017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