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우 Jul 31. 2024

아버지의 집

아버지의  집

아버지의 집



우편번호 745-872

한우물길 78-7에

그 마을에는 가장 초라한 집이 한채 있습니다.

여름이면 토란잎으로 가득 차 있던 집뒤꼍에는  뿌리가 튼튼한 잡초들만 가득합니다.

내일이면 논에 넣을 짚더미 속 케케 한 거름냄새도 더 이상 외양간에서 나지 않습니다.

헛간에 쌓여있던 뿌리 잘린 마른 잡초 같았던 소녀는 소죽을 끓이기 위해 불을 지피던 가마솥아래 아궁이를 더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눈 내리는 어두운 밤

대문 앞  덜컹거리는 당신의 자전거  소리에 겁먹고 숨어버리던 아이도 이젠 더 이상 없습니다.


앞논에서 뽑아 팔던 배추는 리어카 위에서   말라빠져 있습니다.

리어카를 끌던 늙은 아내도

등록금을 보채던 어린 자식도  이젠

한우물숲 시냇물에 머얼리 흘러가버렸습니다.


당신 집 헛간에는 뿌리 잘린 잡초들만 남아 있습니다.




PS:   2017년 8월 16일

이전 03화 봄에  피어  나는  단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