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글 쓰기를 망설이는 이유
문경 소녀 에세이 1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글 쓰기를 망설이는 이유
나는 어려서부터 왠지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예술적인 능력이 나에게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림에도 재능이 없었고 노래에도 운동에도. 또한 그것을 뒷받침해 줄 경제적 능력도 없었다. 글을 쓰는 일은 연필 한 자루와 노트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시 외우기를 좋아해서 엄마가 정지에서 밥을 짓고 계시면 나는 마루에 누워 시를 읽어드렸다. 부엌에서 가마솥에 밥 하는 소리, 사랑방 아궁이에 장작불이 타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소죽을 끓이시면 퍼지는 구수한 내 유년 시절의 냄새 속에서 시 낭독소리가 울려 퍼지면 나도 시인이 되어있었다.
그렇지만 먹고사는 일로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하게 느껴져서 난 다른 직업으로 방황했다. 그러면서도 늘 가슴속에는 박 경리의 김 약국의 딸 들 같은 소설이나 김춘추의 꽃, 워즈워드의 수선화 같은 시들이 내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그것들을 내 속에서 꺼내 세상에 내놓아야 할 것만 같은 막연한 의무감이 나에게 느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는 불행한 우리 집의 가족사 때문인 것 같았다. 언니의 조현병, 큰 오빠의 요절, 큰언니의 우울증을 보면서 느꼈던 나의 슬픔, 부모님의 아파하는 모습 속에서 우주의 어떤 기운이 우리 집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알고 싶었던 것 같다.
이것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이면서 또한 내가 글쓰기를 망설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라는 것은 자기의 영혼을 탈탈 털어 발가벗고 세상에 서는 것이라 여겨졌다.
나는 그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슬픈 가족사와 유년시절의 기억을 내놓는다는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고 그것들을 밖으로 꺼내놓는 것이 뼈마디까지 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늘 미루어 두었던 숙제를 꺼내어 이제 해 볼 용기가 생긴 것은 아마 50이 넘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고, 아이들도 다 성장하고 남는 시간들을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만드는 심심함과 신체적 통증 때문일 것이다.
이름은 브런치 작가(만약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다면) 지만 나의 글이 디너 작가인가 오해를 부를 정도로 무거울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련다. 그리고 내 물음의 답을 찾아가려고 한다. 유리 파편이 들어 있는 듯한 내 가슴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