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인의 버킷리스트, '진짜 책' 내기

독립출판의 시작

by 지나

초등학생 때까지는 A4용지를 접어 나만의 책이라고 만들어본 적이 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책의 한계는 거기까지라고 생각했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그게 내 한계라고 인지하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도서관에 수두룩 빽빽 꽂혀있는 '진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굉장히 박식한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그런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커다란 도서관 속 이 모든 책은 모두 각각 작가가 다르고 내용도 다 다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걸까?

이 세상에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들 어떻게 책을 저렇게나 많이, 각각 다른 주제로 어떻게 저렇게 쏟아내고 있는걸까?


고등학생 때 누군가가 자신의 자서전을 써서 책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책을 쓸 수 있다고?

아니, 이렇게 많은 책은 다 누군가 쓰기는 했겠지만, 진짜로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 서점에 파는 책, 그 '진짜 책'을 만들 수가 있는 거였다고?

생각이 더 나아가, 그러면 나도 내 책을 만들 수 있을까?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 중 한 권이 나의 책이라면?

마치 신선한 바람을 슉 맞은 것처럼 새로우면서도 어떤 빛이 반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책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와중에 한 교육 프로그램이 내 눈에 들어왔다.

'독립 출판 봄학기'. 8주 동안 독립 출판 과정을 배우고 실제로 책을 만들기까지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던 '진짜 책'을 내보고 싶었던 그 소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건 기회다!

내가 혼자 헤쳐나가려고 했으면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흐지부지 될 일을 여기서는 어떻게든 책을 무조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바로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제발 내가 선정되었으면!


신청결과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선정이 되었다!


와. 이제는 정말 내가 8주 후면 책 한 권을 만들겠구나. 결과를 알고 시작하는 도입의 느낌은 참 신기했다.

기쁜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곧 걱정이 들었다. 진짜 책들처럼 나도 그럴듯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거듭하다가 결국 나는 결론을 내렸다.

괜히 여느 독립 출판물들 흉내 낸다고 감성 넘치게 쓰려다가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내 글도 자멸할 것이다. 나는 나의 조금은 낭만 없지만 묵직한 심지가 있는 글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