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글쓰기 연습

나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은 무엇일까?

by 지나

글쓰기를 시작하려는데,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글은 흔히들 그냥 써보라고 한다.

잘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글을 대충 쓰는 것만도 못하게 올리지도 못하게 되어버려서, 우선 잘 쓰려는 생각을 놓고 우선 쓰는 것이 답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항상 하다 보면 잘하고 싶은 나는 그 잘 쓰려고 하는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다.


글을 우선 쓰려면 의자에 앉아 노트를 펼치거나 노트북을 켜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나는 이게 제일 오래걸린다. 이 과정이 쉬우려면,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는 글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전부터 에너지가 많이 들 것이 예상되면 시작부터 망설여지다가 못 쓰기 때문이다.


이걸 알면서도 최근에는 글을 조금 더 구조 있게 쓰고 싶다는 욕심이 또 들어버리고 말았다.

전체적인 목차를 먼저 정해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목차를 구성하려 머리를 쓰려는 생각에 먼저 기가 빨려버려 글을 쓰지 못했다. 욕심이 나를 글쓰기를 시작부터 못 하게 막는 것이다.


나는 분명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글쓰기에 힘 빼기가 쉽지 않을까?

아마 나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을 아직 잘 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자, 이제부터 함께 다양한 글쓰기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내가 참여했던 독립 출판 프로그램에서는 총 4가지의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방법들로는 장면 묘사, 감정 서술, 개연성, 첫 문장 제시 방법이 있었다.

앞으로 이 방법들에 관해 설명해 보겠다.


글쓰기 연습 1. 장면 묘사 방법

빔 프로젝터에 크게 라라랜드의 대표적인 장면인, 두 남녀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다.

5분 동안, 이 장면에 대해 묘사를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KakaoTalk_20250503_173114407.jpg

나는 이렇게 장면 묘사를 해보았다.


'영화 라라랜드의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다. 두 남녀가 춤을 추고 있고, 지금은 서로 팔을 각자 대각선으로 뻗어 서로 교차하는 듯한 느낌을 낸다. 여자는 예쁜 노란 원피스와 구두를 신고 있고, 남자는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 같은 것을 입고 있다. 둘 다 가벼운 느낌의 옷차림을 한 것을 보니 날씨가 따뜻한 여름밤인가 보다. 뒤에는 새벽 6시이거나 오후 7시 정도 되는 느낌의 감성적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산과 반짝이는 건물들의 불빛이 있어 아름답고 고요하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낸다. 뒤에 있는 벤치에는 빨간 가방 같은 게 놓여져있다. 아마 여주인공이 올려놓은 가방인가 보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장면을 보고도 글쓰기가 얼마나 차이가 날까? 궁금해져 살펴보았다.


'누가 그들을 춤추게 만들었을까? 서로의 사랑이 여름밤에 춤을 추게 만들었다. '

'해가 질 무렵, 도시의 빛이 모두 모이는 곳, … 누구보다도 반짝이는 우리를 사랑해.'

'보랏빛으로 하늘이 물들기 시작하면 노랗고 빨간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죠. 어둑해진 하늘 끝을 바라보면 어느새 내 눈동자엔 붉은빛으로 가득 채워지죠. …'


감성 넘치게 적어보라는 지시도 없었는데 사람들은 각양각색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글을 쓰고 있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상대적으로 내가 너무 사실적이기만 한 글을 적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조금 더 풍부한 표현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연습 2. 감정 서술 방법

아래의 사진을 보고 5분 동안 감정을 서술하는 방법으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KakaoTalk_20250503_173114407_01.jpg

살아가다 보면 가끔 말없이 가만히 있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저 사람은 분명 어떤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저 사람은 화가 나 있을 거야.'하고 미루어 짐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실상 당사자는 멍때리고 있거나 아무 생각 없이 있었던 경험이 많았다. 화가 난 표정을 하는 사람이라도 원래 그런 화가난 표정을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직접 어떤 감정 상태인지 물어보지 않으면 표정만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을 보고도 그랬다. 이 사진에 나온 사람은 겉으로는 분위기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바다까지 와서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사색을 즐기고 있다. 오 근데 바닥에 조개껍데기가 있다. 예쁘다. 춥지는 않고 선선한 날씨인 것 같다. 나는 이 날씨가 제일 좋다. 바다까지 왔는데 헤드셋으로 귀를 막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노래만 끝나면 헤드셋을 벗고 바닷소리를 들어야지. 아. 근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현실적으로 할만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을 적어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적었을까?


'…외롭다 외롭지 않다 쓸쓸하다 쓸쓸하지 않다 나라는 세계에 나는 더욱 빠져든다.…'

'… 퇴사가 답일까?'

'"어중간한 인연과, 어중간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야. 홀로, 오롯이, 나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을 듯해." 우리는 그렇게 끝났다. …'


이별, 퇴사, 지침 등 놓아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5분 만에 쓴 글인데도,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글들도 보여 참 능력 있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순식간에 빠져드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 연습 3. 개연성 방법

두 개의 사진을 제시하고, 5분 동안 이 두 사진의 상황이 이어지도록 글을 써보는 방법이다.

아래의 사진은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장면 일부이다.

KakaoTalk_20250503_173114407_02.jpg

아이가 아마 어디서 돈을 얻어서 맘껏 즐기는 모습인 것 같다. 나는 아래처럼 글을 써보았다.


'길 가다 100만 원을 주웠다. 누가 떨어뜨렸는지는 몰라도 돈에 누구 이름이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손에 있으면 내 돈 아닌가? 아 몰라 아무래도 좋아. 이걸로 나는 집에서 나만의 파티를 즐길 거야.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비싸서 시킬 생각도 안 했던 것도 맘껏 먹고 즐겨야지. 유료 영화도 마구 결제할 거야. 안 봐도 상관없어. 아무튼 내 손에는 100만 원이 있으니까!'


사진에 나온 아이의 표정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어쨌든 내 수중에 돈이 있으니 도덕적 관념이든 뭐든 복잡하게 앞뒤 생각할 거 없이 나는 즐겨야지 뭐!'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 보는 비용은 척척 내도 TV로 영화 유료 결제할 때는 엄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큰 것보다 오히려 작은 것에 아까워하는 비용을 꽁돈이 생긴 김에 척척 결제하고 싶은 그런 사심 섞인 마음이 섞여 이런 글을 적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적었을까?

'아빠가 나가기 전 몰래 옷장 안에서 훔쳐낸 달러 몇 장. 오늘 하루는 내 세상. 아빠 미안!! …'

'내가 이 돈을 가지고 뭘 할까 싶지? 난 이 돈으로 행복을 살래.'

'… '건들지 마시오. 000 학원비' 돈과 함께 놓인 메모가 눈에 들어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나를 두고 여행 간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이었던 것 같다. …'


아이의 입장으로 재치 있고 귀엽게 쓴 글이 많았다. 다들 나 홀로 집에 영화는 다 잘 알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진의 개연성에 따라 적으려고 하다 보니 그런지 비슷비슷한 주제에 각자의 글쓰기 스타일로 적은 듯했다.

나는 이런 두 가지 사진의 개연성에 따라 글을 적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주기적으로 아무 상관 없는 사진 두 가지를 가지고 개연성 있게 글을 써보는 취미를 가져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쓰기 연습 4. 첫 문장 제시

첫 문장을 반드시 정해진 문장으로 시작하고, 5분간 그다음 이어질 글을 내가 써보는 방식이다.

KakaoTalk_20250503_173114407_03.jpg

나는 다른 글쓰기 연습 방법들에 비해 이렇게 첫 문장을 제시해 주는 방법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뭔가 어두운 분위기인 것이 나의 글쓰기 분위기와 다른 느낌이 들어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를 통해 내가 글을 쓰는 톤이 조금은 밝은 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경험해 보아야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적어보았다.

'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아 시원하다. 하늘은 드넓게 뻥 뚫려있고 내 손의 감각은 모래가 품고 있던 한기가 나를 신선하게 만든다. 내가 살던 일상에서는 느껴보기 어려운 느낌이다. 아, 좋다'


차가운 모래 속에 손과 발을 넣고 비벼보는 감각은 마치 햇빛에 바삭바삭하게 잘 마른 하얀 이불에 살을 비비듯이 좋은 느낌이 든다. 그런 느낌을 상상하면서 글을 써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적었을까?


'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가 나의 어두운 마음을 가득 먹었다. 바다가 검게 빛나니 나의 마음은 하얗게 빛난다. … 그냥 이 마음을 안은 채로 바다에게 내가 먹히려던 적이 있었다.'

'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자꾸만 손을 빠져나가는 모래알을 자꾸만 잡아본다. 닿을 수 없는 마음은 저 검은색보다 깊을까 …'

'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저 바다는 언제부터 검은색이었을까' 바다가 검게 보일 땐, 나름의 이유가 있단다. 바닷속 돌의 색이 검거나, 바다의 깊이가 매우 깊을 때. 우리는 검은 바다를 보게 된다. '내 마음이 검은 이유는 뭘까. … 내 마음이 검게 보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다. 그걸 이제부터 찾아야겠다.'


굉장히 심오하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 쏟아져나왔다. 사람들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떤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일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다들 멋지다. 나도 나의 스타일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번 글쓰기 워크숍은 독립 출판 과정을 통틀어 손가락에 꼽는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활동이었다.

글쓰기를 무작정 시작하는 방법보다, 나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을 찾아서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관련 없는 사진 두 가지를 무작위로 골라 개연성을 생각하면서 단편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나중에 찬찬히 추진해 보도록 하겠다!


여러분들도 글쓰기에 고민이 있다면, 나에게 맞는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