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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ant Oct 14. 2022

EP.3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성관

의사의 시선

TITLE [View: 의사의 시선]


각자의 다양한 환경에서 쌓은 경험, 현재의 노력과 미래를 위한 도전과 관점까지, 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료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대담 형태의 인터뷰 콘텐츠.



‘의사의 시선’ 3화에서는 작가이자 의사이신 양성관 선생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양성관 선생님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다양한 연령대와 질환을 두루 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원해 가정의학과를 선택하셨다는데요. 코로나로 정신없던 시국에는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며 환자들을 만나왔습니다. 

진료 틈틈히 환자들이 알 수 없었던 의사의 이야기를 연재하며, 의사의 속사정을 대변하면서도, 조금 더 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글쓰기를 통해 의사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겸손하고 성실한 면모를 보여주셨는데요. 의료계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에 귀기울여 보았습니다.



Ep.3 가정의학과 전문의 양성관의 시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빛나리의사> 양성관입니다. 의정부 백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진료를 하고 있고, 가정의학과 의사답게 아이부터 어른은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진료하고, 상담을 합니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선별진료소에도 있었고요. 외모 그대로 <빛나리의사>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서 환자 이야기를 글로 쓰며, 총 6권의 책을 집필했고, 지금 현재 7번째와 8번째 책을 준비중입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자로 떨어진 대한민국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 중입니다.(웃음)


8권의 책이라니, 엄청나네요. 선생님께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직업인으로 글이란 바둑에서의 복기입니다. 특정 환자를 보고 난 후, 어떤 점이 부족했으며,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합니다. 의사로서 반성과 성찰, 그리고 발전의 과정이에요.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가올 미래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분투합니다. 


의사로서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의학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이상하게도 의사와 환자와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글을 통해 먼저 어려운 질병을 좀 더 쉽게 설명하려고 해요. 그 다음으로 환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의사의 생각과 마음을 환자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의사의 속사정’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이런 노력이라고 할까요.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여,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제 소망입니다. 


끝으로 글은 저만의 치료법입니다. ‘너의 아픔, 나의 슬픔’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아픈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큰 슬픔과 좌절을 겪어요. 그 상처를 글을 통해 꼼꼼하게 소독하고 반창고를 붙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저만의 극복 방법이라고 할까요.




성장하기도, 환자와 소통하기도 하는 작업이군요. 환자와의 거리를 이야기해주셨는데, 의사와 환자의 거리가 멀어지게 된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학병원에 있을 때, 제가 혼자서 35명의 입원 환자를 돌본 적이 있습니다. 각종 혈액검사, 영상 검사 확인하고, 회진 돌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며, 보호자와 환자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면 저는 한 끼도 못 먹고 밤 10시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 때의 저를 누군가가 보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잔뜩 심각한 얼굴을 한, 불친절한 의사였겠죠. 일은 밀려 있고,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오는데 몸은 한 개이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쓰러지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 당시 제가 친절하지 못했던, 제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35명의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환자와 의사가 멀어지게 된 건, 의사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의료 제도의 문제인 것이죠. 그런데 의사의 불친절이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닌 단순히 의사 개인의 인성문제로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의사 또한 사회와 시스템에 속한 한 사람일 뿐인데 말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의사들은 모두 성실하고, 환자를 위하는 분들입니다.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도 근무하셨죠. 팬데믹 시국을 가장 가깝게 느끼셨을 텐데 선생님 개인으로 봤을 때 코로나를 겪기 전과 후 어떤 점이 가장 달라지셨나요?

코로나 이후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면서 ‘마기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 마기꾼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의사와 환자입니다. 환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의사는 환자의 미묘한 표정이나 감정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의사로서 경험이 쌓이다 보면 환자 얼굴만 딱 봐도 ‘이 환자는 상태가 안 좋구나.‘ 하고 어느정도 감을 잡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진찰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거기다 의사인 제가 하는 설명을 환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 많이 아쉽습니다.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으셨다면요?

하루는 선별 진료소로 출근했는데, 팩스가 백 페이지 가까운 종이를 뱉어내고 있었습니다. 거의 책 한권 분량이었죠. 그날 바뀌는 코로나 관련 방침을 설명하는 공문이었습니다. 기가 찼죠. 중요한 방침이라면 며칠 전에 알려줘서, 현장에서 미리 숙지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런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더군요. “우리는 (백페이지 넘는) 공문 보냈으니까, 읽어보고 알아서 잘 해라.”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더한 정부의 갑질이죠. 정책을 정하기 전에 전문가나 현장과 미리 상의하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당일이나 전날 저녁이 아니라,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며칠 전에 알려주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경험도 글을 쓰셨죠. 인상 깊게 봤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글을 좋아할까요? 좋은 피드백을 받으셨던 글도 소개해주세요~

재미 있어서 아닐까요? “선생님, 잘 생기셨어요. 영화 배우 하세요.”, “의대만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다.” 이런 제목이라면 누구나 읽고 싶어지니까요. 그리고 “순찰이 검진이라면, 출동은 진료이다. 그러니 아프면, 검진이 아니라 진료를 받아라.” 머릿속에 쏙쏙 박히는 표현들?(웃음)


제가 의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린 글은 “불쌍한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 (클릭 시 해당 글로 이동)입니다. 아주대학교 병원과 이국종 교수가 심하게 다투었는데 저는 단순히 둘 중 착하고 나쁘다가 아니라, 둘 다 한국 의료 제도의 희생자라고 보았습니다. <권역 외상센터손익분석표>를 보면, 이국종 교수가 환자를 볼 때마다 병원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고 있었죠. 그러니 병원 입장에서는 다른 병상이 비어 있어도 이국종 교수에게 병상을 안 주려고 하고, 이국종 교수 입장에서는 다른 병상이 비어 있는데도 자기에게 병상을 안 주니까 서로 마음이 틀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과 이국종 교수 모두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다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 글이 SNS로 공유가 되면서, 이런 현실에 처한 많은 의사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에 대한 글인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클릭시 해당 글로 이동)도 SNS에서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았는데, 교수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일이었습니다. 지금의 많은 문제들, 환자와 의사 사이의 불신이나, 3분 진료, 닥터 쇼핑 같은 것은 의사나 환자 개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회구조 문제인거죠.


의학 외 써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또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히틀러의 주치의’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역사, 정치 그리고 의학이 섞인 책인데 잘하면 올해 안에 출판될 것 같습니다. 히틀러뿐만이 아니라, 스탈린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 김정은 국방 위원장까지 등장합니다.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의 삶과 죽음을 통해 지식과 교훈, 재미까지 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숨겨둔 비화까지 담겨 있어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요즘 가장 집중하는 일을 물으셨는데, 예전에는 10년 후, 5년 후의 목표를 두고 살았는데 요즘에는 하루하루, 순간순간 집중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집에서는 가족에게, 컴퓨터 앞에서는 글에. 최선을 다한 순간이 모여, 하루고, 일년이고, 십년이 되면 좋은 의사, 좋은 아빠, 좋은 작가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환자에게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길에만 나가도 한 건물에 병원이 몇 개씩 있는데, 오히려 정작 아플 때는 바로 찾아갈 믿을만한 의사가 없는 현실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정보가 넘치고 병원과 의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믿음과 신뢰가 더 중요해집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믿고 찾아올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실력이 필요하고, 그 실력을 닦기 위해서 항상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바라고 계신 미래의 의료는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카톡이나 메시지, 이메일을 주고 받습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전화로 통화를 참 많이 했어요. 핸드폰이 나온 후로는 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스마트폰의 등장하자 카톡으로 대화를 대신합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고 또 직접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비대면 진료가 대세가 될 것입니다. 간단하고, 편하고, 쉬우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환자를 직접 보고 어깨도 두드리고 손도 잡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편하면서도 따뜻한 미래가 오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마다 다르게 표현되지만 의사선생님의 환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성관 선생님의 말씀처럼 의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환자와 의사의 거리감도 비례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소속, 과목, 활동 등 제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공통된 시선과 또 다른 시선을 통해 더 나은 의료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에이던트가 돕겠습니다. 시선을 공유해주신 양성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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