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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Jun 21. 2023

D+12075

대중가요 라이브 영상을 하나 본다고 가정해 보자.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보인다. 세션이 연주하는 모습은 잘 보이진 않지만, 소리는 분명하게 들린다. 무대를 구성하고 있는 장치들이 보인다. 환호하는 관객들이 보인다.

영상은 단일하게 재생된다. 말 그대로 세계는 그 자체의 세계이다. 그러나, 개별 주체의 숫자만큼 그 세계는 상이하다. 말 그대로, 세계는 나의 세계이다.

노래를 전공한 사람이 보는 영상에서는 가수의 가슴과 머리 부근 어딘가에 투시하는 것마냥 공명점이 그려진다. 음감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노래의 멜로디와 반주의 하모니 악보가 영상 어딘가에 아주 흐릿하게 새겨진다. 무대 장치를 전공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반사되는 길을 따라 기호들이 천천히 이동하고 있을 게다.

체계는 합연산보단 곱연산의 영역에 있다. 가령, 노래를 전공했으며 음감도 좋은 사람이 영상을 본다면, 공명점과 악보가 새겨질 뿐 아니라, 무대 위 모든 사람의 감정마저도 보일 지경에 다다를 것이다. 노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정 부분을 약하게 연주하는 개별 연주자들.

체계를 쌓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지식을 쌓는 것은 특정 체계를 얻기 위한 필요조건밖에 되지 않는다. 지식을 쌓을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유추를 통한 분야 간의 접목을 부단히 시도할 때, 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지식이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보여질 수밖에 없는 문법의 영역에 가깝다.

매 순간 감각을 통해 세계가 내게로 들어온다. 매 순간 나는 나만의 세계를 본다. 세계를 바꾸는 유일한 길은 내 체계를 바꾸는 것. 내 체계를 바꾸는 것은 결국 끝없이 쌓아가는 지식의 탑과 그 탑을 통해 보여지는 높이 있는 무언가, 혹은 위에서 보는 아래의 모습. 사실상 dt마다 지식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으니, 결론적으로 사고의 본질을 계속해서 인지해야 한다. 곱연산이 여러 번 행해진 체계가 무조건적으로 선에 가깝다 할 순 없으나, 인생을 풍부하게 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체계가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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