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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Aug 24. 2023

문을 당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 화장실 문은 불투명해서, 문 밖에서는 그 너머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 조심성 없이 문을 밀어 열다가는 문 너머 서있는 사람에게 의도치 않은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문을 아주 스을쩍 열면 괜찮을지 모르지만, 스을쩍 여는 일 자체가 문을 여는 주체에게 비용일뿐더러, 가령 문 너머의 누군가가 다른 데에 신경을 분산하고 있다면, 열리는 문에 반응하지 못한 채 부딪힐 수 있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문을 당겨 열면 위험은 크게 감소한다. 문 너머에 누군가 있더라도 문을 당기는 행위가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만약 문 너머에서 누군가 아주 강하게 문을 밀어 여는 중이라면, 내가 문을 당기는 힘과 합쳐져 관성의 저주를 받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문에 부딪혀 다치는 일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깜짝 놀라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등 근육이 가슴근육 대비 너무 부실해 문을 미는 것보다 당기는 데에 훨씬 큰 힘이 드는 것이 아닌 이상, 보통의 경우 문을 당기는 것이 우월전략이 된다.

어찌 생겨먹은 세상인지, 조심 또 조심해도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게 된다.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문을 미는 건 제어 불가능의 영역. 문을 당기는 것은 제어 가능의 영역. 모두가 당기기만 하는 세상 따위 성립할 리 없지만, 적어도 나는 문을 당기는 쪽에 서고 싶다.

아, 또 문을 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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