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nogoodnw
Sep 26. 2023
원처럼 둥글둥글 살겠다 다짐했건만, 타고난 뾰족함을 감추기에는 내 됨됨이가 모자라서, 참 많은 미움을 받고 살았다. 귀에 날카로운 말이 꽂힐 때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네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다양한 미움을 안고 살 만한 인간이다.
근래에 친해진 회사 사람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남에게 소위 저격을 당했다. 회사 동료의 생일을 챙겨주는 게 꼴 보기 싫다나. 멍청한 사람이 본인 잣대의 우월함을 과시하는구나, 하고 털어버리세요, 차갑게 말했다. 우월함 따위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그것을 과시하는 순간 열등함으로 변모하는 법이다. 그것을 모르니, 그리 못난 행동을 할 수밖에. 한계다.
이 사람은 어떤 계기로 나를 미워하게 되었을까? 내가 그 사람 생일을 알았다면 예쁘게 챙겨줄 수 있었을 텐데. 헛웃음만 나왔다. 신앙심 따위, 믿습니다, 믿습니다 입으로만 말하던 예전부터 실은 맘 속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예수는 어디에나 있었다. 아니, 예수님은 어디에나 있었다.
본디 원수란 원한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내 체계에서, 아니, 인간의 체계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립하지 않는다. 네가 나를 미워하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저 서로의 원한만이 노려볼 뿐. 열등함으로 변모한 나의 우월함만 남았다. 신이 있는 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어디에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