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싶은 사적 영역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구겨진 채 자란 상처투성이 마음이라. 이를 초라하게 느낀 시절이 있다. 기죽은 눈빛으로 조심히 건넨 마음이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어려움이 없던 몇 상대는 고민의 시간을 헤아리긴 어려웠을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빛이 바랜 작고 볼품없는 마음이어서였을까. 가벼운 파티에 쓰고 버린 풍선처럼 기쁘게 하늘로 날려버리기도 했다. 내어준 마음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욱 내게 파고들었다. 다신 상처받기 싫다며.
살아가며 마주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의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당신에게 이 마음을 전해도 될까, 당신은 내 마음을 귀중히 바라봐줄까 궁금해하며.
그럴 때마다 미처 자라지 못한 마음은 날 가득 끌어안았다. 요즘 들어서야 내게 얘기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상처받더라도 사랑을 하고 싶다고.
"사실 나 이런 것 가지고 있다?"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마음 귀퉁이를 슬쩍 내민다. '당신은 이것이 무엇의 귀퉁이인지 알아봐 줄래요?'란 생각을 하며.
몇 상대는 내 마음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안아줬다. 그들도 사실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며 내어준 것은 내가 내어 보인 귀퉁이보다 더 깊고 뜨거운 것이었다.
건넨 마음의 무게를 서로 공명할 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