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듬뿍 사랑하고 싶단 말이에요
안녕하세요. 강다솜이자 가람입니다.
저 또한 누군가의 독자로서 글을 마주할 때, 필자의 경험 기반 내용인지 픽션일지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글 자체가 주는 힘, 감정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다만 독자가 제 지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더군요. 특정 글엔 제가 많이 힘들어 보이고, 기뻐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전 작가이기 전 지인이니까요.
때문에 그들을 안심시켜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글을 오로지 글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필명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거둔 뒤 필명 뒤에 숨어, 다리 하나정도 은근슬쩍 보이고 싶었습니다. 마음 놓고 농밀한 사랑을 쓰고, 찌질한 이별을 그리며 살아가고 싶어 졌습니다. 어떤 필명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내 삶과 사상에 대해 언질 줄 수 있는 필명. 언젠가 묘비에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답할 일이 있었는데,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물이 될 거예요.
당신이 무엇으로 태어나던 만나러 갈 수 있게.
곧 다시 만나요. 사랑합니다.
라 답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게 물은 곧 사랑이더군요. 물과 관련된 필명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말 입니다만, 가람. 어떤가요. '강'의 순우리말입니다. 나와 어울리나요? 본명의 성 '강'과도 발음이 같아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난 참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본명 '다솜'도 진실한 사랑의 순우리말이거든요. 필명도 사적으론 사랑을 뜻하는 물, 강이라니. 이런 제게 자유를 줄 이름은 필요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언젠가 나를 만나게 되면 종종 가람이라 불러주세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을 내게 들려주세요.
그럼 이만, 마음 놓고 사랑을 기록하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