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유머
필자는 2012년 후학기, 의예과 1학년 <전공선택> 과목 중 하나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 바 있다.
아래의 이야기는 그 강좌의 다양한 내용 중 '유머, 조크, 그리고 농담'이란 제목의 강의 시간에 발표한 한 학생의 리포트에 나오는 유머다.
영국 과학협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웃기는 유머
명탐정 샬록 홈즈와 그의 비서 왓슨이 경치 좋은 곳에 캠핑 가서 텐트 치고 하루를 묵었다.
한 밤중에 홈즈가 일어나 옆에서 자고 있던 왓슨을 깨워 물었다.
홈즈:
"왓슨, 저 별을 보고 무슨 추리를 할 수 있는지 내게 말해 보게."
왓슨:
"수백만 개의 별이 보이네요.
저 수백만 개의 별 중 몇 개라도 행성을 갖고 있다면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고
지구와 같은 행성이 다만 몇 개라도 있다면 그건 바로 외계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죠."
홈즈:
"야 이 멍청아! 지금 별이 보인다는 것은 누가 우리 텐트를 훔쳐 갔다는 말이잖아!"
위의 이야기는 영국과학진흥협회가 후원한 '웃음 프로젝트'에서 -2,000년대 초중반 추정-
'세상에서 가장 잘 된 유머' 2위에 선정된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말 나온 김에 1위에 선정된 유머도 소개하면...
사냥꾼 둘이 숲 속에서 사냥을 하던 중, 한 명이 갑작스레 쓰러졌다
쓰러진 사냥꾼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눈동자는 풀어져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당황한 동료 사냥꾼은 폰을 꺼내 응급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제 친구가 죽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자 구조대원은 차분하게 답했다.
"제가 도와드릴 테니 진정하시고 제 시키는 대로 하세요.
먼저 친구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세요(Let's make sure he's dead)."
그 순간,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한 방의 총성이 울렸고
곧이어 사냥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어요. 확실해요. 그다음엔 어떻게 하죠?"
우리는 위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첫 이야기에서는 바로 웃음이 터졌다.
그런 후, 이 유머 속에는 거창한 이론이나 이상을 꿈꾸기 이전에
네 앞가림부터 먼저 하라는 메시지까지 담긴 것 같아 좋았다.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에선 이게 1위를 했다는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면서
역시 유머감각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