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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05 링컨 뺨 친 친구

되받치

by 한우물
링컨과 친구와의 대화


서양의 위대한 지도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링컨도 유머감각이 남달랐다.

그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유머감각을 지닌 친구가 있어 둘이 잘 어울렸다.


하루는 링컨이 스트레스도 풀 겸 해서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링컨은 그를 반갑게 맞아들인 친구에게 갑자기 권총을 겨눈 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친구여, 미안하네만 자네 오늘 내 손에 죽어줘야겠네.

실은 내가 어젯밤에 나보다 못생긴 남자 한 명을 죽이라는 계시를 받았기 때문일세."


그러자 그 친구, 잠시 링컨을 물끄러미 쳐다본 후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럼 어서 죽이게. 난 자네보다 못생긴 얼굴을 지니고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네."



참으로 기가 막힌 순발력이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순발력은 못 가질 것이다.

게다가 링컨의 친구는 링컨 뺨칠 만큼 뛰어난 유머감각을 가졌다.


나는 이 대답 다음에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까 상상해 본다.

둘이서 얼마나 웃었겠는가?

링컨의 스트레스가 이 한 방에 다 날아갔을 것은 자명한 일.

이것이 유머의 힘이다.


나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 본다.

'그 친구가 단지 웃기기 위해서 링컨의 외모를 비하했을까?'


아니다. 그 말속에는 어느 정도 팩트가 포함된 뼈 있는 말일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링컨의 젊은 시절 얼굴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링컨' 하면 이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링컨 2.jpg


얼마나 멋지고 위엄 있게 생겼나?

하지만, 이보다 3년 전인 49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링컨 49 PNG.png


그리고, 위의 사진보다 10년 전인 39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친구의 말이 100% 농담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링컨 39 PNG.png


위의 사진 세 장을 같이 놓고 보아도 다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잘 안들 정도다.

링컨 전체PNG.png




한마디로 링컨은 수염 하나 길러서 대박이 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수염 기를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링컨이 선거유세를 할 때 그 유세장에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온 어린 꼬마가 엄마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는 얼굴이 너무 홀쭉해서 수염을 기르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일리가 있다 싶어 링컨에게 편지를 했고, 그 편지를 본 링컨 역시 훌륭한 생각이다 싶어 당장 실천에 옮겨 그리되었단다.


관상학에선 하관(下觀)이 저렇게 빠진 사람은 말년 운이 안 좋다 한다.

링컨은 수염을 길러 이미지 메이크업에는 성공했으나 안타깝게도 운명을 피해가진 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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