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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May 30. 2023

인IV 01 더불어 사는 e세상 함께 하실래요? (상)

세계인의 날

전화 한 통


내가 후원이사로 있는 봉사단체 사) 문화복지 공감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사님, 이번 세계인의 날에 이사님을 부산시장상 후보로 추천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아니, 뜬금없이 상은 무슨 상이요?"


"그동안 이사님께서 해오신 헌신에 대한 겁니다."

"내가 한 게 뭐 대단하다고 상씩이나."


"이 대표님 말씀 들으니 그게 아니던데요?"

"아이고 말도 아이다. 세상에 나보다 헌신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나는 상 안 받아도 좋으니 그런 사람 찾아다가 주시지요."


그러자 상대는 

"대표님이 이사님을 강력히 추천하셨는데." 하며 난감해한다.

그 말에 순간적으로 '어,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생각해볼 테니까 시간을 좀 주시지요. 언제까지 답을 해야 합니까?"

"모래까지 시청에 품신서류를 제출해야 하니 내일까지는 답을 주셔야 합니다."


상의 의미

전화를 끊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상을 거절했을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생갈 수 있었다.


'시간이 하루밖에 없는데 지금 당장 누구를 찾아 대신 올린단 말인가?'

'내가 상을 거절하면 나를 적극 추천한 이 대표가 참 섭섭해하겠구나.'

'내 아내나 자식들의 자랑거리를 내가 빼앗는 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퇴근 후 아내와 의논했다.

그러자 아내는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뛸 듯이 기뻐하며 상을 받으란다.

"이것도 일종의 가문의 영광이요 집안의 자랑거린데 안 받긴 왜 안 받아요? 

그리고, 이런 상을 받아놓으면 앞으로 우리 손주들에게도 봉사하며 사는 삶에 대한 좋은 귀감이 되지 않겠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네. 그 말이 맞네. 이건 내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킬 게 아니고 넓고 길게 봐야 할 문제로구나."

 

글로 남겨야 할 이유


나는 정년퇴임(2018년 8월 31일) 후 지금까지 다방면으로 열심히 글을 써오고 있다.

내가 이 나이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이렇게 글을 쓰게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내 후손들에게 자신의 선조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자신의 뿌리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시상 문제가 불거지자 지금껏 '사회봉사'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도 다룬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왜 이 중요한 문제를 빠뜨렸을까?'

그것은 분명 그에 대한 기술이 자칫 내 자랑이 될까봐 그리된 모양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니 내 생각은 잘못된 것 같았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크는 법인데 그 뒷모습에서 사회봉사라는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보여준다면 후손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그래서 부랴부랴 '공적 조서'에 적어넣을 내용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나는 뭐든 꼼꼼히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라 내 컴퓨터에는 엄청난 양의 폴더가 존재함에도 

사회 봉사란 이름의 폴더는 없었다.


기록이래야 기껏 내 개인 가계부에 적힌 자동이체 후원금 이름 뿐인데 그들도 하도 오래전부터 해 오던 것들이라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각 해당 기관에다 조회를 부탁하고 기억을 소환하여 다음과 같이 공적 조서를 작성했다.

*옥조근정훈장’(제916655호) - 35년 6개월 간 의학 교육에 헌신한 공로     
*유니세프 후원 - 2002년 1월부터 현재까지 21년 2개월간 후원 중  
*복십자후원회부터 시작한 결핵 퇴치사업 후원 - 약 20년간 후원 중
*취약계층 문화복지 증진 사업 후원 - 2007년부터 15년간 후원 중  


상을 받다

이리하여 나는 5월 20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세계인의 날 기념 제18회 부산 세계시민축제에서 부산시장상을 받게 되었고 표창장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었다. 

요즈음 무릎이 안 좋아 많이 걷지 못하는 관계로 이 행사에서는 부득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네요.

   

「귀하는 남다른 열정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취약계층의 문화예술 복지증진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격차 해소 등의 사회통합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세계시민의 날을 맞이하여 이에 표창합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의 생각은 15년 전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작된 시각장애인과의 첫 만남으로 훨훨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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