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아이러니, 패러독스
이들은 유머와 위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사법 (修辭法)으로서 서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 자칫 헷갈리기 쉬운 용어들이라 이참에 그 개념을 확실히 해 두자 싶어 공부해 보았다.
헌데, 다들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게 설명을 해놓았는지 파고들면 들수록 미궁에 빠져들어 지금껏 대충 알고 있던 것마저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오죽했으면 이 세 마디를 감별하기 위해 엑셀 파일로 차트까지 만들어 하나하나 대입시켜 보았겠는가!
그래서 작전을 바꾸어 군더더기는 싹 다 걷어내고 최대한 단순화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서양에서 나온 개념들이라, 먼저 이들 단어에 대한 영영사전의 정의를 기본으로 삼고 그 위에 몇 가지 꼭 필요한 옷만 입힌 후 한글로 된 우리네 개념을 대입시켜 보기로 했다.
Dilemma, Irony, Paradox의 사전적 의미
Dilemma: state of uncertainty or perplexity especially as requiring a choice between equally unfavorable options.
두 가지 옵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불확실하거나 당혹스러은 상태
Irony:
1. witty language used to convey insults or scorn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비웃기 위해 사용하는 재치 있는 말
2. incongruity between what might be expected and what actually occurs -
예상과 현실의 불일치
Paradox: statement that contradicts itself.
자기모순적 진술
Dilemma 딜레마
Dilemma의 어원은 그리스어 di(두 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로서 말 자체로는 ‘두 개의 제안’이란 뜻인데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기 힘든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확립된 개념이다.
당시 민주제 사회였던 그리스에서는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변론술(辯論術)이 발달하였고, 이와 더불어 삼단논법이 확립될 정도로 논증(論證, reasoning, argument)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변론이란 게 무언가?
내가 진퇴양난의 위기나 함정에 빠졌을 때 논리정연하개 상대방의 허점을 공격하고 나를 정당화시켜 그 수렁에서 탈출하는 기술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딜레마'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여러 가지 딜레마적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속에서 빠져나올 방법까지 온갖 궁리를 다 한 것이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스승과 제자 사이의 수업료 재판'과 오늘날에도 자주 인용되는 '죄수/수인의 딜레마'인데 이걸 다루다 보면 재미있는 유머가 아니라 골치 아픈 논리학에 빠져들기 십상이라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딜레마, 위트, 아이러니, 패러독스의 상관관계
이와 같이 딜레마란 '하나의 얄궂은 상황'일 뿐인데 이것이 왜 유머와 위트 편에 등장하며,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와는 어떤 관계이기에 한 세트로 묶어놓았을까?
딜레마가 유머 편에 등장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면 무엇보다 위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서양 유머 중 많은 것이 딜레마 적 상황에서 슬기롭게 벗어나는 것을 다룬다.
또한, 딜레마를 벗어나는 수사법(修辭法) 중에는 반어법을 사용하는 '아이러니'와 역설을 펼치는 '패러독스'가 자주 등장하고, 이들 개념 자체도 딜레마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딜레마를 설명할 때면 으레 이 세 가지는 함께 다루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딜레마를 다룬 재미있는 유머 하나와, 알아두면 유익할 스님의 딜레마 탈출기 한 편을 감상해 보자.
딜레마에 빠진 악어
악어가 한 여인의 아이를 훔치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기를 잡아먹을지 말지 알아맞히면 아기를 돌려주겠다."
그러자 여인은
"너는 분명 내 아기를 잡아먹어버릴 것이야!"라며 절규했다.
이에 악어가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아기를 돌려주면 저 여인이 틀린 것이니 아기를 잡아먹어야 하고,
내가 아기를 잡아먹으면 저 여인이 맞힌 것이니 아기를 돌려주어야 한다.
.
.
.
악어는 하도 골이 아파 그만 아기를 돌려줘버리고 말았다.
딜레마를 물리친 스님
한 마을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스님이 있었다.
한 동자가 그 스님을 테스트하기 위해 나비를 한 마리 손안에 넣고 와서 물었다.
"스님, 제 손안에 나비가 한 마리 들어있는데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그러자 스님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살았다고 하면
너는 손에 힘을 주어 나비를 죽인 후 내가 틀렸다고 말할 것이고,
내가 죽었다고 하면
너는 주먹을 펴 나비를 날려 보내며 또 내가 틀렸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그 나비의 목숨은 네 손안에 든 것이지 내 대답에 달린 것이 아닌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