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처럼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마음에 없는 소리 잘못하는 고지식한 사람일수록 바로 이 눈치라는 게 부족하여 한 번씩 손해 아닌 손해를 보고, 민폐 아닌 민폐를 끼쳐 종종 눈총을 받는다.
하지만 세상 살면서 이 꼴 저 꼴 별 꼴 다 보다 보니 그런 방면에 촉이 많이 발달하여 이젠 나보다 더 눈치 없는 사람을 보면 "저 양반은 우째 저래 눈치가 없을꼬?" 하며 속으로 혀를 껄껄 차기도 한다.
이런 이들의 트레이닝을 위해 아래의 성담을 소개하니 잘 새겨들으시길.
남녀가 한 지붕 아래 한 이불 덮고 살다 보면 부부싸움을 하게 마련이고 그 원인은 대개 욕구불만에서 나오는데 아내의 남편에 대한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길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남자가 남자 구실을 제대로 못 할 때 아내의 불만은 폭발하게 되어있다.
그러면 어떤 일을 두고 남자가 남자 구실을 제대로 못한다는 걸까?
이건 낮과 밤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낮일 중 가장 큰 일은 가장으로서 식구들 밥 굶지 않고 편히 살 수 있도록 돈 잘벌어오는 것이고, 밤일은 사내로서 아내를 열락(悅樂, extreme pleasure)의 황홀지(恍惚池, ecstasy pond)에 빠뜨려 그 순간만큼은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편안한 안식을 누리게 만드는 대처성봉지무(對妻性奉之務, duty of sexual service for wife)를 잘 수행하는 것이다.
남자는 다른 건 잘 못해도 이 두 가지만 잘 해주면 부부생활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나 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잘 못하면 예기치 못한 순간 아내의 입에서 험한 소리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문제는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아주 예민한 부분인지라 어느 정도 양식이 있는 여자라면 남편의 면전에 대놓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빙 돌려서 말하기 일쑤다.
그러므로 남편들은 아내가 썽질이 나서 한마디 내뱉을 때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그 말속에 파묻혀 있는 심오한 뜻을 잘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 이제, 조선팔도 여자 중 가장 어투가 강하고 말빨이 센 경상도 아내의 입을 빌어 실전 내공을 쌓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