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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20 개보다 못한 인간

by 한우물

야생 개 10 마리를 가진 왕이 있었다.
그는 실수를 저지른 신하들을 처벌하기 위해 그 개들을 이용하곤 했다.

한 번은 그의 대신 중 한 명이 실수를 했다.

왕은 화가 나서 그 대신을 개들의 우리에 던져 넣으라고 명령했다.

대신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간청했다.


“폐하, 10년 동안 충실히 당신을 섬겼는데 당신은 저에게 이렇게 하셔야만 하겠습니까? 이것이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라면 저를 걔들에게 던져줘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제가 10년 동안 당신에게 봉사했으니, 개들이 저를 갈기갈기 찢기 전에 열흘만 유예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왕은 대신의 간청을 수락했다.

그 자리를 물러난 대신은 개들을 돌보는 경비원에게 가서 앞으로 열흘 동안 자신이 개들을 돌봐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왕의 명령을 전해 듣지 못한 경비원들은 왜 대신이 그러한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약간 놀랐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휴가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며 경비원은 동의했다.


대신은 왕궁에 소속되기 전에 야생동물을 돌본 경험이 있었다.

그는 그 열흘 동안 개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담아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키고, 우리를 청소해 매우 안락하게 해 주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은 이제 대신을 개들에게 던져주라고 명했다.

명령이 집행되었을 때 왕과 모든 사람의 놀라움 속에 개들은 대신의 발을 핥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왕이 당황해서 물었다.


“저 개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왜 저 개들이 대신을 공격해서 죽이지 않는가?“


누군가 설명하기 전에 대신이 왕에게 말했다.

”폐하, 저는 10일 동안만 개를 섬겼는데 그렇게 짧은 봉사 기간에도 개들은 제가 자신들을 위해 한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동안 당신을 섬겼는데 당신은 제가 저지른 한 가지 실수 때문에 제가 당신을 위해 헌신한 모든 것을 아주 편리하고 쉽게 잊었습니다.“


이에 중요한 교훈을 배운 왕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 대신을 석방하고 다시 복직시켰다.




위의 이야기는 가우르 고팔다스(Gaur Gopal Das)의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 Life's Amazing Secrets>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우리에게 섬찟한 교훈을 던진다.


열 번 잘해주다가 한 번 섭섭하게 하면 그동안 잘해준 것은 까마득하게 잊고 얼굴 붉히며 안면몰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심지어는 평생 갚아도 모자랄 만큼 큰 은혜를 입었음에도 하나의 사건을 핑계 삼아 헌신짝 벗어던지듯 시궁창에 내팽개친다.

개들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 주인이 위험에 빠지면 목숨을 던져 주인을 구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이렇게나 간교하다.


그런 마음의 밑바닥에는 어떤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일까?

남에게 받은 은혜는 빚이라, 빚진 자라는 부담을 안고 가기 싫어 받은 은혜 외면하고 싶은 마음.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마치 받는 것이 자신의 권리인 양 착각하게 되는 마음.


하지만 그 어떤 변명도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야말로 개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화살을 막아내는 방패로 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일찍이 옛사람들은 베푼 것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받은 은혜는 돌에 새기라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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