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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ul 27. 2024

삶19 맛있는 것부터 먹을까 맛없는 것부터 먹을까

           관점의 차이          

#에피소드 01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중학교 1, 2학년 무렵.
성적표를 받아보면 수학이 제일 밑바닥을 기었다.

이에 아버지는 나에게 개인 과외를 받게 했다.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여대생으로 한 해 휴학 중이라 하였다.


선생님은 그날따라 몹시 수업하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공부 대신 재미있는 놀이나 하자."     

안 그래도 재미없는 과목, 과외까지 받으려니 좀이 쑤셔 죽겠는데

선생님이 나서서 땡땡이치자 하니 그야말로 띵호와(挺好啊)였다.


그날 선생님은 당시 서울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라면서 두 가지를 가르쳐 주었는데

그중 하나는 퀴즈 문제였다.     

선생님은 하얀 도화지 위에 접시 다섯 개를 나란히 그려놓고 

그 아래에 각각 1, 2, 3, 4, 5라는 숫자를 써넣었다.


"여기 다섯 가지 음식이 있는데 제일 맛있는 것부터 제일 맛없는 것까지 순번을 매겨놓았다.

너 같으면 제일 맛있는 1번부터 순서대로 먹겠니? 아니면 맛없는 5번부터 먹겠니?"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처음부터 제일 맛있는 것을 먹고 나면 다음 음식들은 맛이 없어지니 맛없는 것부터 먹겠습니다."     


이 답은 그 시절 일반적으로 통하는 일종의 상식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대학생들은 이런 상식을 뒤엎는 기발한 논리의 답을 내놓았다.     


"우리의 답은 그 반대란다. 맛없는 것부터 먹으면, 먹을 때마다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맛없는 것만 먹게 되지만, 맛있는 것부터 먹으면 먹을 때마다 제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 말에 내 머리에서는 번개와 같은 스파크가 일어났다.     

'맞네, 듣고 보니 그렇네! 그런데, 나는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선문답 같은 이날의 퀴즈는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  내가 성장해 가면서 사고의 틀을 넓혀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선택의 차이

#에피소드 02

결혼한 지 60년이 된 여인이 있었다.

여든이 넘었지만, 옷차림과 행동에서 단정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를 돌봐줄 자녀도 없고 가족도 없어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원히 집을 떠나는 그날도 그녀는 단아하게 차려입고서 문을 나섰다.

요양원에 도착한 후, 그녀는 방이 준비되기까지 몇 시간 동안 로비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만 했다.

마침내 요양원 매니저가 그녀를 방까지 안내하며 앞으로 그녀가 생활하기로 되어 있는 그 작은 공간에 대해 눈에 보일 듯 설명해 주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녀는 방금 새 강아지를 선물 받은 여덟 살짜리 아이처럼 열정적으로 말했다.


 매니저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부인, 우리는 아직 그 방을 구경도 못한걸요. 일단 보고 나서 마음에 드는지 말씀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말했다.

"나의 기쁨은 그 방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내가 그 방을 좋아하는가 아닌가는 가구 배치에 달려 있지 않아요.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달려 있어요.     


행복은 우리가 미리 결정하는 것이에요.

나는 이미 내 방을 사랑하기로 결심했고,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내 남은 생을 사랑하기로 결정했어요.     

이것은 내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리는 결정이에요.


당신도 알겠지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은 우리가 어떻게 느낄 것인지 미리 선택하는 힘이에요.“    

              



두 번째 이야기는 요즈음 짬짬이 읽고 있는 가우르 고팔 다스가 쓴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 인생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로서 칠순에 들어선 나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김과 동시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60년 전 그 장면을 바로 소환해 냈다.     


그러자 그 둘은 손을 맞잡고 어우러져 돌아가며 나를 향해 〈행복의 비결이라는 제목의 멋진 노래를 한 곡 불러주었다.     


그 곡은 같은 대상도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다가오는지,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감명 깊게 노래했다.     


그렇다.

매 끼니 맛없는 음식을 먹고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불쌍한 늙은이로 늙어갈지, 아니면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표정으로 인사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갈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관점과 선택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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