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07 INTJ와 ISTJ가 만나면

by 한우물


#Scene 1 - 2016년 3월

어느 날 퇴근 후, 체육관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여느 때처럼 내가 만든 음악 CD를 듣고 있다가 노래 하나에 완전히 필이 딱 꽂혔다.


제목은 ‘내 사람이여‘, ’권진원‘,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 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곳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 줄 수 있다면

이름 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눈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가난한 삶과 영혼을 모두 주고 싶네

내가 너의 사랑이 될 수 있다면

노래 고운 한 마리 새가 되어도 좋겠네

너의 새벽을 날아다니며 내 가진 시를 들려주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토록 더운 사랑 하나로 내 가슴에 묻히고 싶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네 삶의 끝자리를 지키고 싶네

내 사람이여 내 사람이여

너무 멀리 서있는 내 사람이여」

(이 곡은 1984년에 이동원이 제일 먼저 부르고, 그 후 감광석 등 여러 명이 부른 노래다,)


이 노래를 들어도 수십 번은 들었다.

하지만, 항상 운전 중에 들어서 가사까지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 평소에는 그냥 ’참 고운 선율의 노래네‘ 하는 정도로 들렸다.


그런데, 그날은 신호대기가 다소 긴 탓에 가사 하나하나가 정확히 들리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고 그 감동을 다른 노래로 인해 깨기 싫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 노래만 반복해서 들었다.


# Scene 2 - 그로부터 삼 주쯤 후

아내와 함께 휴가를 떠나면서 나는 아내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CD를 챙겨 넣었다.

그리고는 감동의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동해안을 따라가는 길을 코스로 잡았다.

차도 별로 없는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을 때. 나는 이 노래를 틀면서 무드를 콱 잡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이 노래 한 번 들어보소, 내가 이 노래 들으면서 당신 생각에 눈물을 흘렸지 않겠소!”

"그래요?"

평소에는 노래 한 곡 끝날 때까지 말을 걸지 않고는 잘 못 배기던 아내가 이번에는 호기심을 발동시키며 노래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다 듣고 난 후, 아내는 잠시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곧이어 하는 말이

“여보, 나는~ 당신이 죽고 나서 별이 안 돼줘도 좋고 새가 안 돼줘도 좋으니, 그냥 마~~ 살아있을 때 잘 하소.”

헐!!!

아내가 'ISTJ'에 '머리형'이란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