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주제가
때는 1979년, 인턴 시절.
하루는 친구와 함께 송도에 놀러 가 술 한잔 거하게 하고는 여관에서 자게 되었다.
종일 일하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보니 둘 다 아침 동틀 때까지 곤히 자는데, 여관 복도를 울리는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아침부터 이거 머꼬? 야이 새 빠질 놈들아 잠 좀 자자. 잠."
하지만, 그 노래는 계속 반복되었고 일단 깬 잠은 다시 되돌릴 수 없어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방문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때 복도를 울리던 노래는 다름 아닌 김창완의 「아니 벌써」였다.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창문 밖이 환하게 밝았네"로 시작하는 그 노래는 여관에서 늦잠 자는 사람 쫓아내는데 최적화된 가사에다, '벌써', '밖이', 할 때의 폭포수 떨어지는 듯한 얄망스러운 노랫가락은 잠 못 자고 쫓겨나가는 사람 기 올리기에 그저 그만이었다.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 보자.
이 노래에 나오는 '벌써'와 '이미'의 차이는 무엇일까?
만약 작사가가 벌써 대신 이미를 썼다면 어떻게 들렸을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V7mD4-6FXP0
벌써와 이미의 차이
벌써는 예상보다 빠르게 어떤 일이 일어났거나 시간이 흘렀을 때, 놀라움이나 감탄의 감정이 섞인 표현인데 반해, 이미는 어떤 시점 이전에 어떤 일이 완료되었음을 객관적으로 알려줄 때 사용한다.
영어로는 둘 다 already란 단어 밖에 없어 별다른 뉘앙스 차이 없이 밋밋한데 반해, 우리말은 이렇게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예:
1) 벌써 겨울이 왔나 봐요. 날씨가 너무 추워요.
(It seems like winter is already here. The weather is so cold.)
2) 벌써 다 했어? 정말 빠르구나 야!
(You're already finished? That's so quick!)
3)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This issue has already been resolved.)
4) 원고 마감시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The deadline for the manuscript has already pa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