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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05 늙어 잠 안 올 때 공부하자?
공부할 때와 글 쓸 때
by
한우물
May 22. 2022
# 1969년 고교 2학년 영어 수업 시간
영어 선생님 중에 김일태라는 약간은 독특한 분이 계셨다.
그 선생님 수업 시간은 오후 첫 시간. 점심 먹고 난 후 첫 시간이니 다들 눈꺼풀이 무거울 때다.
그러다 보니 그 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제일 많았다.
이를 보다 못한 선생님이 그중 제일 많이 조는 친구 하나를 앞으로 불러내어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복창한다. 알겠나?”
“예.”
“젊어 힘 있을 때 놀고”
친구는 큰 목소리로 따라 했다.
“젊어 힘 있을 때 놀고”
“늙어 잠 안 올 때 공부하자!”
“늙어 잠 안 올 때 공부하자!”
친구의 복창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은
“
~란 말이지?”
하고는 다다다다 꿀밤을 쥐어박았다.
그러면 다들 배를 잡고 넘어갔고,
그러고 나면 눈꺼풀은 한결 가벼워졌다.
# 그로부터 40년 후
당시 그 장면을 인상 깊게
보았던 한 학생이 커서 의대 교수가 되었다.
그는 레지던트들 가르칠 때 하드 트레이닝시키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전공의들이 초음파를 배우러 그의 밑에 들어오면 매일 숙제를 내주고
아침마다 그의 앞에서 P.T.로 프레젠테이션 하게 했다.
전공의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익히 들어 아는 바라 군기가 바싹 들어 잘 따랐지만,
간혹 농땡이를 치거나 전 날 술 한잔 까뿍 하고 숙제를 부실하게 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가 호통을 치면서 하는 말이
“그래, 젊어 힘 있을 때 놀고, 늙어 잠 안 올 때 공부하자~ 이 말이지? 으잉!”
“아닙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야, 이눔아. 젊어서 공부할 게 있고, 늙어서 공부할 게 따로 있다. 젊어서 할 공부 젊어서 안 하면 늙어 잠 안 올 때 잠 못 이루고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알겠느뇨?”
“옙!"
그 영어 선생님은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각 때부터 골 싸매고 공부해서 행정고시 패스하고 말년에는 서울시 장학사까지 되었다.
그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젊어서 열심히 공부해 의대 교수가 된 제자는 정년퇴임 후에도 보쌈질 당해가며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젊어 힘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하고, 늙어 잠 안 올 땐 글을 쓰자. 글쓰기의 유익함은 써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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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지체 장애인으로, 반평생을 의과대학 교수로, 인생 후반전을 작가와 의사로 살아오면서 음미한 인생이란 요리의 맛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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