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무런 어려움 없이 구사하던 말들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2년쯤 지나니 문득 문득 ‘이 단어가 여기에 맞나?’ 하는 의구심이 떠올랐다.
‘감추다’라는 말뜻 모르는 사람 있나?
‘숨기다’라는 말뜻 모르는 사람 있나?
없다.
그런데, 똑같은 뜻이라면 굳이 두 단어가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차이점은 무언고?’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할 말을 잃는다.
한국말, 알면 알수록 참 어렵다.
표준국어사전 정의
「1」 남이 보거나 찾아내지 못하도록 가리거나 숨기다.
* 벽장 안에 돈을 감추다.
「2」 어떤 사실이나 감정 따위를 남이 모르게 하다.
* 나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말고 솔직히 털어놓아라.
「3」 어떤 사물이나 현상 따위가 없어지거나 사라지다.
* 그 사나이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
「1」 감추어 보이지 않게 하다. ‘숨다’의 사동사.
* 나무꾼은 토끼를 나뭇단 속에다 숨겨 주었다.
「2」 어떤 사물을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다. 또는 어떤 사실이나 행동을 남이 모르게 감추다.
*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을 굳이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유추적 해석
국어사전 정의로는 두 낱말의 뜻 차이는 거의 없고, 다만 ‘감추다’에 ‘어떤 사물이나 현상 따위가 없어지거나 사라지다’라는 뜻 하나가 더해지는 정도이다.
하지만 ‘감추다’란 말에는 (얼떨결에, 혹은 임시방편으로) 가리거나 덮어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반면, ‘숨기다’라는 말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는 동요 가사로 보나, 놀이 이름을 ‘감바꼭질’이 아니라 ‘숨바꼭질’이라 지은 이유로 보나, 무언가 보다 적극적이고 의도적인 냄세가 물씬 풍긴다.
예문으로 본 차이
1) 구름이 달빛을 완전히 감추자, 주변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2)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치자, 그는 얼떨결에 손에 든 물건을 허리 뒤로 감추었다.
3) 그는 슬픈 마음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더 큰 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4) 그녀는 자신의 비상한 재능을 감춘 채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갔다.
5) 그는 범행 후 즉시 자취를 감추었다.
1) 아이들은 술래의 눈을 피해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2) 그는 도망자를 자기 집 지하실에 숨겨 주었다.
3) 범인은 증거를 숨기려 했지만, 결국 경찰에 발각되었다.
4)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고 애써 웃어 보였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5)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종합적 판단
'감추다'는 주로 드러나지 않게 덮거나 가리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특히 감정, 사실, 의도 등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때 자주 사용된다. 물리적인 대상을 덮는 행위에도 쓰이지만, 추상적인 대상을 은폐하는 의미로 더 강하게 사용된다.
'숨기다'는 물리적인 대상을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도록 안 보이는 곳에 두는 행위를 의미하고, '감추다'보다 물리적인 위치 이동이나 은닉에 더 중점을 둔다.
영어로는 conceal과 hide가 혼용해 쓰이나 conceal은 '감추다'에, hide는 '숨기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요점 정리
※ 표제사진 출처: Generated image using 'Nano Banana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