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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환규 Oct 15. 2023

의대증원에 부치는 경고

< 의대증원에 부치는 경고 >


훗날, "너 그때 뭐했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날을 위해...


경고 전에...

- 우리나라는 우수한 의사들을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전세계에서 의료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다

- 우리나라의 의사밀도는 세계 최고다

- 필수의료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정부가 책정한 '원가 이하의 수가' 때문이다.


1. 우수인재의 의대 쏠림


간단한 산수를 해봅시다.제 조카가 올해 고3 수험생입니다. 몇명인지 물어봤더니 35만명이랍니다. 3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 얼마 안남았습니다. 


현재 연간 3천명을 뽑는 의대에서 1천명을 증원해서 4천명을 뽑는다면 의대를 가고자 하는 학생은 적어도 그 5배는 됩니다. 30만명의 학생 중 적어도 2만명이 의대를 가려고 할 것입니다. 1천명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으니 적어도 그 5배인 5천명이 1천명이라는 새로운 TO를 놓치지 않기 위해 도전할 것입니다. 지금도 우려되고 있는 의대쏠림현상이 더 심해질 것은 명확합니다.


그러면 이공계 학생들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몰려도 괜찮을까요?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요?


의대증원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이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까지도 자퇴 후 의대진학의 길에 재도전하겠다고 합니다. 의대증원은 우수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입니다.


2. 밑빠진 독에 물붓기


허경영이 말했습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도둑이 많은 것이라고...

세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세금도둑이 많습니다.

지금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필수의료분야를 떠나 비필수의료분야에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점점 더 많은 똑똑한 의사들이 전문의를 포기하고, 특히 필수의료분야의 전문의과정을 포기하고 미용성형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똑똑한 의사들은 해외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의대증원을 통해 의사수를 늘려봐야, 똑똑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성형 등 비필수의료분야에 지원할 것이고 그것 마저 포화되면 모두 해외로 나갈 것입니다. 


필수의료로 돌아올 정책을 만들지 않고 의대증원을 하겠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더 많은 물을 붓겠다는 발생과 다름 없습니다.


3. 부실교육의 확산


서남의대가 부실교육으로 폐교된 것이 2018년입니다. 부실교육으로 말이 많았던 관동의대도 개교 20년만에 겨우 부속병원을 갖게 되었습니다. 늘어난 1천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려면 그 교육을 담당할 인력과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학병원도 필수의료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야단인데, 단기간에 교육 인력과 시설을 갖추는 것이 가능할까요?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과거와 달리 의사들이 대학을 기피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일부 대학만 부실교육이 문제가 되었으나, 앞으로는 부실교육이 의과대학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것입니다.


4. 윤리 실종을 야기하는 경쟁의 심화


실은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 의대증원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인구는 늘지 않고 오히려 조만간 감소로 돌아서는데, 의사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인구의 고령화를 감안해도 의사 숫자는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많습니다. (아래 첨부한 도표는 증원하지 않은 현재 상태의 추계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비해 의사숫자가 적다고 하지만 좁은 땅덩이에 몰려있어 의사의 밀도는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오늘 당장 각과 전문의를 여러명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료진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의사 증가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의 과다배출로 지금도 이미 생존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의료윤리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인데, 의대증원으로 인해 더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나오면 그 때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5. 의사들의 복수


의사들의 윤리성은 누가 담보할 수 있을까요? 의과대학이? 교수들이? 국가가? 의사 개인이? 천만의 말씀입니다. 의사들의 윤리성은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필수의료분야에서 자신의 주어진 업무에 충실할 때 기대되는 생활이 보장되어야 의사가 자신의 윤리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의사라고 태생적으로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의사는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의과대학의 교육이고 전문의가 되어가는 수련과정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의사라는 직업인은 '생존경쟁'에 나서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의사들을 생존경쟁으로 내몬다면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윤리를 저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모든 국민들이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의사는 그런 식으로 '잘못된 제도'에 대한 책임을 사회에 되돌려 줄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된다구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구요? 설마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제가 가장 많이 알지 않을까요?



6.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저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가 늦어진다고 해도, 봉직의사를 고용하는 입장에서 저는 의사들이 많이 배출될수록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의대증원을 반대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을까요? 

의료를 망치는 말도 안되는 의료정책을 막는 일도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7. 바람직한 정책


의대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사가 적어서 필수의료분야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진단이 틀렸습니다. 의사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수의료의 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1) 원가 이하로 책정된 필수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2)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의사가 필수의료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존중과 보호입니다.

제아무리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해도 존중과 보호가 사라진 필수의료분야를 지원할 의사들은 없습니다.



8. 엎질러진 물


그런데 이미 질러버린 것을 윤정부가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주워담을 수도 없습니다.

윤통에게, 의사증원 카드를 설득한 인간은 정말 바보같은 짓을 벌인 것입니다. 

이번 정책은 국가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일입니다.

보수정권의 든든한 지지자들인 의사들이 등을 돌려버렸으니, 국힘으로서는 내년 총선은 물건너갔습니다. 명-확-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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