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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첸시오 May 31. 2022

영화<칠드런 오브 맨>과 원작 『사람의 아이들』의 비교

텍스트가 시각화 됐을 때.

1.서론

 내용을 전혀 모른 채로 비교대상을 선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개봉당시(2016년)에 봤었던 <칠드런 오브 맨>을 선택했다. 이 작품은 미래를 그린 SF영화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국외에서는 2006년에 개봉한 영화이며, 내가 10년이 지난 후에 봤음에도 영화에서 예상된 미래의 모습이 현재와 너무 비슷해 큰 충격이었다.

 이번 과제를 계기로 영화를 다시 감상했고, 영화의 원작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원작은 영화에 비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며, 흐름은 비슷하지만 역할의 직업, 역할, 스토리 전개에 있어 영향력 등이 조금씩 달랐으며 그로 인해 영화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비교는 극중 역할, 스토리 등을 통해, 영화와 소설의 메시지나 배경이 어떻게 보여지며 달라지는지 알아볼 것이다.      


2. 배경 및 전개를 통한 비교

 영화와 원작은 둘 다 2020년대가 배경이다. 소설에는 미래의 기술발전이나 시대문제에 대해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 단지 소설의 1부 ‘오메가’를 통해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상과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된 ‘오메가’들이 어떤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지 주인공 테오의 과거 회상(일기)로 풀어낸다. 노인들의 자살을 장려하는 ‘콰이터스’, 범죄자들을 다른 섬에 격리 시키는 제도, 오메가들의 범죄에 대한 묵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일기라는 특성상 테오라는 인물의 꼼꼼하고, 염세적인 성격에 대해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소설에서 그는 역사학자이며, 과거에는 정부 고위직이었다. 잉글랜드 총통인 잰의 유일한 사촌이기에 정부에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며, 잰과 보냈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 또한 많이 표현된다. 1부 후반부에는 ‘줄리안’이라는 학생이 테오에게 접근해 총통을 만나 사회문제에 대한 호소를 해줄 것을 부탁하고, 줄리안은 다섯 마리 물고기라는 조직으로서 콰이터스를 방해하고, 전단을 뿌리는 등 위험한 사회운동을 하고 있었다. 테오는 그의 사촌인 총통을 만나 줄리안이 원하는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불안함을 느낀 테오는 이후 6개월가량 도피와 같은 여행을 다녀오며 1부가 마무리 된다.(여행은 총통의 사촌이기 때문에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영화에서는 극초반부에 짧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테오가 한 카페에서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태어났던 사람이 죽은 뉴스를 TV로 보고, 테오가 카페를 나오자마자 그 카페는 테러로 인해 폭발한다. 그 장면에서 미래시대를 보여주지만 도심은 꽤나 허름하다. 영화의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은 “이미 개발된 기술도 낡아보이게 연출했다”며 대중들이 보통 SF에 대해 생각하는 최첨단 미래가 아니라 익숙한 배경을 보여줌으로써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6분가량의 롱테이크로 찍힌 이 장면을 더 몰입시키기 위해 헨드 헬드 기법을 사용해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촬영했다. 감독은 “폭발 타이밍, 관중, 지나가는 차량 등 폭발 타이밍에 맞추기 위해 정확한 계산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실제시간의 요소를 살리기 위해” 롱테이크로 찍기를 원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1부가 230페이지 가량이며, 암울한 미래와 더불어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까지도 충분히 설명이 되어있다. 그래서 어떻게 그런 미래가 왔는지 독자는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하고 있다. 영화는 첫 6분으로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폭발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낡은 기술들로 표현하고 있다. 관객은 그저 그런 미래가 왔다고 몰입할 뿐이다. 이후 영화는 ‘평온한 죽음’이라는 자살 약, 영국으로 몰려드는 난민, 대영제국이라는 단어(브렉시트) 등을 스토리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가볍게 노출시키며, 감독은 뛰어난 미장센을 보여준다. 

 이후 영화의 전개는 책 2부와 흡사하다. 원작에서는 줄리안이 임신을 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테오는 줄리안이 소속된 ‘다섯마리 물고기’라는 조직과 함께 정부로부터 도망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테오가 총통과 사촌이기에 적발된다고 해도 안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정에서 ‘색칠한 얼굴들’이라는 오메가 패거리를 만나게 되고 일행 중 한명이 죽고,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알고 보니 죽은 일행은 줄리안이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그 사실에 화가 난 남편은 숲속에서 밤을 보내다가 도망쳤다. 그는 애초에 여정을 함께 했던 이유가 권력을 갖기 위해서였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총통을 만나러 갔을 것이라 예상했다. 줄리안의 출산이 임박해지면서, 테오와 조산사는 피신처와 물건들을 조달하기 위해 움직였고, 남편과 총통은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는 태어났고, 동시에 조산사는 추격해온 경찰에게 희생됐다. 총통과 테오는 다시 만났고, 총통은 테오에게 함께 세상을 지배하자며 제안하지만, 테오는 결국 총통을 죽이게 된다. 유일한 혈육인 테오는 그 순간부터 총통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고, 권력에 대해 비판해오던 테오가 본인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느끼며 책을 마치게 된다. 

 영화에서는 줄리안이 전 아내이며, 둘 사이에 있었던 아이가 죽으며 이혼하게 되었다. 테오는 피쉬단에게 납치를 당하고, 조직의 리더인 줄리안을 만나게된다. 그녀는 테오에게 정부고위직을 맡고 있는 사촌인 잰을 통해 여행증 발급을 부탁한다. 테오는 돈 때문에 부탁을 수락하고 여행증은 테오의 동행을 조건으로 발급된다. 그렇게 여정이 시작되는데, 숲에서 소설과 유사하게 어떤 패거리에게 습격을 당하게 된다. 책에서는 이 사건의 중점을 패거리의 행동에 두고 있다. 이상한 의식을 치룬다거나, 그들의 행동에 맞춰 긴장하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차량 안의 주인공들에게 집중되어있다. 이 장면도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차량내부에서 롱테이크로 찍혔다는 점이다. 차량 내부에서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차량을 개조하면서까지 대단한 롱테이크를 완성했다. <사진1>을 보면 차량 지붕을 뚫고 그 아래로 카메라가 들어가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 차량시트가 조정되며 차량 내부에서 5명의 인원의 생동감을 더욱 살릴 수 있는 장면을 완성시켰다.

 이 장면은 영화의 초반부다. 줄리안의 역할을 맡은 ‘줄리안 무어’는 유명한 배우이고, 극 중에서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습격을 당하자마자 그녀는 총에 맞아 죽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다. 적어도 나에게는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몰입시켜주는 효과를 줬다.

 이 장면 이후 피신에 성공한 일행들은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고, 그들의 목적지가 ‘휴먼 프로젝트’였으며 그 일정을 미루기로 한다. 이것이 권력욕에 의한 것이라 보여지고, 책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를 이 장면에서만 간략하게 전달한다고 판단된다. 피신처에서 일행 중 한명이 테오에게 본인의 임신 사실을 밝힌다. 흥미롭게도 이 장면을 영화에서는 상당히 조명시킨다. ‘비너스의 탄생’을 오마주 했고, 성스러운 음악을 연출시켜 생명의 고귀함을 강조시킨다. 그리고 이 사건이 테오의 목적의식을 돈이 아닌 생명으로 변화시키며, 피쉬단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하게 한다. 그들의 추격을 피해 테오와 함께 사회운동을 했었던 재스퍼의 집으로 피신하게 된다. 책에서는 재스퍼의 역할이 그냥 노인으로서 사회에서 받는 처우를 보여주는 짧은 역할이고,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영화에서는 그가 테오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전개(테오의 피신)을 위해 필요한 역할로 나온다. 이후 재스퍼의 도움으로 난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피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산사는 희생당하고 피신 후 ‘키’는 출산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난민들이 테러를 저지르고 정부에서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난민캠프를 습격하고 학살한다. 키와 테오도 위협받게 되고, 피쉬단까지 추격에 성공한다.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어버린 이 과정도 롱테이크로 보여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이퍼리얼’에 가까운 촬영이다. 테오는 피쉬단에 끌려가는 키를 찾으러 총알이 쏟아지는 곳을 뛰어다니는데,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카메라에 피가 튄다. 감독은 원하지 않았지만 촬영감독의 설득과정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묻어있는 피가 없어지게 되는데, 이것을 통해 한 테이크로 된 것이 아니라, 롱테이크처럼 자연스럽게 컷을 이어 붙인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이후 키를 다시 만난 테오는 함께 다시 길을 나서는데, 정부군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사격을 멈추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여기서 다시 웅장한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이 새로운 생명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마침내 탈출에 성공해 ‘휴먼 프로젝트’에 도착하게 되고, 키는 아이의 이름을 줄리안과 테오의 자식과 같은 이름으로 정한다. 동시에 총에 맞았던 태오는 약간의 미소를 보이며 죽음을 맞이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3. 결론

 영화와 원작을 비교한 결과 전개과정은 비슷하지만 강조되는 점이 다르면서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원작은 권력욕에 대한 비판이 주요 시사점이고, 영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보여줌으로써 현 시대가 이후 세대에 대해 위험성을 물려주는 것과 생명의 소중함 등을 보여준다. 이것은 스토리 안에서 ‘탈출구’의 존재가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원작에서는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비판에서 멈추고, 영화에서는 ‘탈출구’와 탈출의 성공을 보여줌으로써 비판점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인물들의 감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주변 배경에 대한 것들을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영화는 반대로 시각적, 청각적인 것들을 활용해 인물들의 감정에 대해 몰입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시각적인 것들을 관객의 시각에 맞춘 것처럼 롱테이크, 핸드 헬드를 사용해 생동감을 더했고, 사운드를 활용하는 방식은 많은 상업영화들처럼 무분별하게 배경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소음이 없는 놀이터를 보여주며 미래의 재앙을 표현하거나, 새로운 생명의 존재, 탄생, 죽음의 상황에만 배경음이 나오는 것을 봤을 때 음향도 텍스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비교할 때는 오히려 좋은 표본이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영화와 소설은 대중들이 느끼는 감각이 다른 매체다. 책은 탄탄한 배경지식과 인물들의 감정을 습득해 장면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하며 상상력을 즐길 수 있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표현된 배경, 배우의 표정, 음향 효과 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몰입과 본인을 대입해서 상상할 수 있다.      


4. 참고

 P.D제임스 지음, 이주혜 옮김, 『사람의 아이들』, 아작, 2019.

 알폰소 쿠아론 감독, <칠드런 오브 맨>(DVD), 소니픽쳐스, 2007.

 <방구석 1열>-에피소드 58, JTBC, 2019.05.24. 방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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