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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첸시오 May 31. 2022

종교의 정치 참여

 과거에 교황은 세계대통령이라 불렸다. 그만큼 정치적인 자리이며,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종교의 영향력은 약해졌고, 현대 국가들의 정치체제는 종교의 영향이 미미하다. 다양한 종교가 존중받는 시대이고, 과학과의 대립 등으로 종교를 믿는 인구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로 한정해서 봤을 때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종교를 믿고 있고 시민사회에서의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들어와서 종교의 영향을 더욱 더 실감할 수 있다. 코로나가 국내에서 크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신천지다. 이후 종교시설 이용에 대해 제한을 강화했고, 대면을 강행하려는 종교들과 정부의 충돌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광복절 집회를 벌였다. 종교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모였다. 때문에 코로나가 다시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확진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전광훈 목사의 말에 따라 집회사실을 숨기거나, 치료시설에서 탈출하는 등 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종교는 하나의 정치진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수업자료로 이용한 프랑스의 한 교사는 극단주의 무슬림에게 참수테러를 당했고, 사건에 애도를 표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터키 대통령이 강하게 비난하는 등 국제 정치적 이슈로 키워졌다. 이러한 테러는 일상에서 종교, 인종에 대한 차별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정치가 종교적 갈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양극화 된 시민사회의 한 편에 지지를 얻으려 하기도 한다. 이후 또다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흉기테러가 일어났다. 이 때에는 교황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의 지도자들과 용의자의 국적인 튀니지, 미국 대선후보인 트럼프와 바이든까지 희생자를 애도하며 테러를 규탄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치와 종교는 이처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모호한 관계이기도 하고, 계속해서 서로를 이용해 결속력을 유지하려 한다.

 이명박은 종교를 이용한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다. 공직에 있음에도 노골적으로 개신교 종교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서울시장 재임 당시에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낭독을 해 논란이 됐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도 흐름이 이어져 보수 개신교가 조직화되어 앞서 말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 주축으로 선거운동을 하였다. 결과만 보자면 종교를 이용한 선거가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 유지를 위해 종교를 위한 편애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지자는 종교 안에서 한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교안은 당대표로서 불교행사에 참석했을 때 개신교 신자라는 이유로 합장을 거부했었다. 당연히 불교계에서는 “자유인 황교안이 아니라 대표성을 가진 황교안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 지적했고 보수 개신교단체의 견제와 마찰이 지속됐었다. 이 때에도 한기총의 대표가 된 전광훈 목사가 적극적으로 개신교를 대표해 불교를 비난했다. 정당은 지지율을 의식해 종교 간의 싸움으로 끌고 갔다고 생각하고, 불교는 ‘좌파종교’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게 된 결과가 됐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종교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었다. 정책이나 사상 등으로 생긴 지지자 보다 종교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변하지 않는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종교인구에서 개신교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개신교의 정치적 행위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보수 개신교 집단은 정당까지 만들었는데, 이는 반대로 정치를 이용해 교회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졌고, 교내에서도 좋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아직까지 누구도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종교가 정치를 이용하는 것은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앞서 나열한 종교의 정치참여 사례는 정치와 시민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를 보여줬다. 내가 생각하는 종교는 그 자체로 순수해야한다고 생각해왔고, 정치참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기에 나온 조사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종교와 정치는 연관될 수밖에 없고 좋은 효과도 갖고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게 됐다.

 종교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다. 긍정적인 예로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 쫓기고 있는 학생들을 성당에 숨겨주고 보살펴주고, 함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사례도 결과로 본다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판단된다. 또한 종교가 정치적 소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신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봤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다녔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가 살았던 광주의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정치적인 얘기가 많았다. 미사 때 신부님이 강론을 하며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면 선동이 아니라 단순히 정보취득의 느낌이 강했다. 모든 종교가 그렇다면 종교는 사회에서 좋은 공론장으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주교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언론에서 비춰지는 개신교의 모습을 보며 종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국가 내에서 종교의 비중, 시스템이 다르더라도 종교시설(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군대에서 느꼈다. 여러 종교를 경험하게 됐는데 전부 내가 뉴스에서 봐왔던 정치적인 얘기를 노골적으로 꺼내는 분위기였다.(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그 경험으로 현재 한국에서의 종교는 세력(인구)늘리기에 바쁘고, 지역사회의 분위기에 맞춰 선동 또는 극단적인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정치 참여에 대한 태도는 종교적 관점에서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이 되어야 건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신앙, 돈, 권력 등으로 다양하다. 그렇기에 사회에 지친 청년들이 포섭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모든 종교가 가져야 할 가치와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 참여가 위험할 수도 있다. 정치적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현재의 종교의 형태들로는 결국 극단적이고 정치적으로 단순하게 소비될 뿐이다.

 종교와 정치계가 현재 공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성소수자 문제인 것 같다. 개신교 측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드러내며 같은 입장의 보수 정당과 결집해 정당과 종교 둘 다 윈윈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평등을 말하던 문재인 후보가 TV토론회에서는 지지율을 의식해 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고 환멸감이 들기도 했다. 정치적 결정에서 완벽히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간점을 찾는 것이 가장 쇠퇴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눈앞의 지지율만을 의식해 종교적 특성이나 종교의 정치적 노선에 맞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종교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비과학적인 분야로 정치를 얘기하는 것이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종교가 시민들의 심리적 안식처, 공론장으로 이용된다면 시민사회, 정치가 긍정적인 방향성을 갖게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을 쓸 때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춰 종교와 정치의 전반적인 흐름을 봤다. 이것을 확대해서 선거에서 종교적인 전략으로 성공했거나, 되려 실패한 경우를 통계적으로 조사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모든 종교가 지양하는 차별, 비도덕 등의 부작용이 나오는 것들로 종교의 정치 참여를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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