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 공허

사색하는 우주먼지

by 김겨울
심연의 공허함은
발을 들이는 순간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사랑을 하면 공허함을 매울 수 있을 줄 알았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마냥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래서 조금의 스트레스에도 불안해했고,

우울함, 불안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이끌려

공허에 빨려 들어갈 때마다 그에게 죄책감을 가졌다.


'당신은 나에게 전부를 주는데

나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구나.'


나에게 웃어주는 얼굴을 보면 슬펐다.

나의 공허함을 보이면 실망할 모습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의가 말했다.

내 안의 문제들은 내 내면의 문제이며

외부 환경이 바뀐다고 해도

결국 내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나는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


사랑을 한다고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틈이 더욱 갈라지기도 한다.


그는 공허함을 채우는 대신, 울타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내가 공허함에 쉽게 빠지지 않도록

한 땀 한 땀 정교하게 만들어진 울타리.


덕분에 나는 울타리에 기대어 공허한 그 바닥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