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째 가족
오늘은 우리 아이의 생일이다. 나도 어릴 때 '내 생일' 전날이 어찌나 두근두근 거리던지. 이번 우리 아이의 생일 선물은 그토록 아이가 바라던 강아지 푸딩이와 가족이 된 것이다. 그리고 푸딩이와 온 가족이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독일에서의 출산
내 평생 해외살이를 그토록 오래 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해외에서의 임신과 출산이라니.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너무 난감했다. '도대체 어느 병원을 가야 하지?' 독일의 병원은 Termin이라는 예약이 있어야 진료를 볼 수 있다. 예약 없이 방문했을 때 최대 4~5시간을 기다려본 적도 있다. 난 그 예약이 없었지만 다행히 잘 알고 지내는 한국인 지인분을 통해 어렵게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가까운 병원에 가게 되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첫 번째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소개받아 아랍계 의사가 있는 영어소통이 가능하다는 병원으로 다시 갔다.
그 병원에 가서는 첫인상부터 굉장히 불쾌했다. 나를 의자에 앉혀놓고 의사와 간호사는 끝도 없이 독일어로 웃어가며 떠들어댔다. 검사결과를 보여주더니 딱 두 단어와 메모하나를 전달해 주었다.
Urgent! Dangerous!
네?? 뭐가요?? 설명도 잘 안 해주고 갑자기 몇 번 버스를 타고 대학병원에 이 종이를 들고 가란다. 그날따라 비가 왔고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를 왔던 터라 이래저래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대학병원에 가서도 어느 부서로 가야 하는지 몰라 묻고 또 묻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의사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밤이 되었다. 퇴근 후 만난 남편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버렸다.
검사결과는 '자궁 외 임신'이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에 난 그날 입원을 했다.
각설하고....
그래서 내가 수술을 했느냐?
입원하고 5일~일주일 정도 지나 다시 수술 전 검사를 했다. 황당하지만 감사하게도 갑자기 아이 심장이 잘 뛴다며 '작은 점'을 보라고 했다. 그 아이가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우리 아이가 되었다.
나는 독일어를 배워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산부인과에 가서 독일어로 어려운 용어로 설명을 들을 땐 머릿속이 엉망이 되곤 했다. 게다가 출산 전 Infoabend라는 이 병원 출산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정말 감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출산임박!!!
사람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 갑자기 나도 모르는 능력이 생긴다고 하지 않나?
임신과 출산 준비를 타국에서 혼자 준비하던 나는 출산 전까지도 호흡법이나 어떻게 출산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힘을 주라는 여의사말에 힘을 주었으나... 그녀가 원하던 힘은 아니었나 보다. 갑자기 남의사를 데려온다.
의사 선생님의 딱 한마디에 하늘이 노래지면서 앵두가 세상으로 나왔다.
당신 지금 내가 시도해서 아이가 안 나오면
바로 수술 들어갑니다!
그 말은 또 독일어로 기가 막히게 알아들었다.
어릴 때 아이가 너무 앵두처럼 작고 귀여워서 앵두라고 불렀었다. 엄마가 그 별명이 기억났는지 오늘 아침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셨다. 엄마가 나를 도와주시러 보름정도 집에 오셨는데 그때 너무 고생을 하셔서 팔목 인대가 늘어나기도 하셨다.
그리고 오늘. 특별한 선물상자는 없지만 아이에게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