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날 아이와 또 싸우고 말았다.

그래도 아침밥은 차렸다.

by Celine
IMG_6131.JPG 아이가 어릴 때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날이 다가왔다.


우리 아이는 맞벌이 부모 때문에 방학 때도 아침 9시면 늦잠 잘새 없이 돌봄 교실에 가야 했다. 이번 여름방학은 아이가 늦잠을 잘 수 있었던 두 번째 방학이었다. 그 기간 동안 늦잠을 실컷 재워보기도 했고 여행도 가곤 했다. 마냥 행복함만 매일매일 가득할 줄 알았는데 곧 사춘기에 접어드는 (또는 이미 시작된) 아이와 징글징글하게 싸우기도 했다.


오늘은 아이의 개학날이었다. 어젯밤 아이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밤 10시가 되어도 씻지 않고 여유를 한껏 부리다 잔소리를 듣고야 잠잘 준비를 했다. 나도 오기가 생겨 오늘은 아침에 깨워주지 않겠다고 하니 알림을 맞춰놓고 자 아침 7시 반에 일어나는 기적을 보여줬다.


나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현미밥을 갓 지어내고 들기름에 어제 사온 수제 두부를 부쳤다. 지난번에 시골에서 받아온 알이 굵은 감자를 채 썰어 녹말을 빼고 얇은 햄도 채 썰어 같이 볶아냈다. 감잣국은 어제저녁에 미리 끓여두었다.


또 감자야?


감자를 얼마나 먹었다고 아침식탁을 보자마자 싫증을 내는 아이. "한번 먹어봐 맛있게 잘 볶였어." 달래어주니 그래도 아침부터 핸드폰 게임을 하며 밥을 한술 뜬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강아지와 산책을 다녀온 나는 잠시 소파에 앉아 쉬고 있었다.


엄마가 우쿨렐레 가져오면 안 돼?


오늘 방과 후 수업이 있는 아이는 다짜고짜 우쿨렐레를 가져오라고 한다. 가방이 무겁다면서.... 엄마가 일을 할 때는 불평불만 없이 혼자서 척척 해내던 일을 이제는 다 나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물론 일을 잠시 쉬게 된 나는 처음엔 아이의 요청을 다 들어줬다. 그런데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사소한 일까지 나를 다 시키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식탁에 앉아 "엄마 물! 엄마 나 앞접시!" 말하기 일쑤다.


왜 아이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까?


내가 요즘 들어 아이에게 예민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나의 배려와 사랑이 점점 아이에게 '당연한 것' 그리고 '엄마니까 해줘야지'로 변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갑자기 "화"를 내면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된다. '그 정도 해줄 수 있잖아.'라고 생각하면서도 머리와 마음이 정 반대로 돌아가니 그 또한 문제다.


성격이 아주 모나지 않은 아이는 엄마와 '집안 전쟁'을 하고 나서도 엄마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주는 아이다. 일을 하는 엄마일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일하면서 이것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우습게도 지금은 '일 안 한다고 이것까지 해야 돼?'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사춘기를 이기는 것이 엄마의 갱년기라고 한다. 난 아직 갱년기도 한참 멀었는데 왜 벌써부터 갱년기 아줌마의 분위기가 풍기는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짜증을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또 아리다. 오늘 저녁에는 아이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 나의 애정표현이다. 아이도 내 마음을 잘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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