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엄마 껌딱지, 오늘은 방문 닫는 아이

예비 사춘기 어린이와 흑화 된 엄마의 반성문

by Celine

아이를 임신하고 낳는 길다면 긴 시간들 동안 사연 없는 엄마들이 과연 있을까? 나도 갑작스러운 임신에 수술의 위기도 있었지만 아이가 내 뱃속에 잘 자리 잡은 덕에 '엄마'라는 제2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해외에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육아를 하면서 낯선 땅에서 '아이와 나'는 더욱 끈끈해졌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으면 이마에 식은땀 내며 젖을 빨다가 나를 한 번씩 바라보며 씩 웃던 아이의 모습은 정말 엊그제 일 같이 생생하다. 아이가 어릴 때 너무 귀여운 곰돌이 인형과 함께 지내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 웃음꽃의 시작이 바로 우리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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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자녀가 있다면 지금쯤 이른 사춘기일 것 같아요.


나는 사주나 점을 믿지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무려 1년이나 예약을 해서 명리학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이 해 주신말이 왜 이리 와닿던지. 엄마의 기질을 닮아 예민한 편인듯한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정도부터 나와 부딪히는 일이 있으면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곤 했다. 물론 스스로 풀고 나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아이와 나의 숙제였다.


아이가 점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갈수록 부모와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아진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 아이가 하는 말 "엄마 내일 아침은 뭐야?"이다. 하지만 늘 늦잠을 자는 편이라 내가 정성스레 차린 밥을 한 숟갈 겨우 먹고 나가버린다. "엄마 때문에 늦었잖아."라는 매서운 말과 함께.

어느 집이나 있을 게임시간문제. 나도 처음엔 자율로 아이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런데 자기주도 학습은커녕 본인이 그토록 함께하고 싶어 하던 반려견이 옆에 있어도 핸드폰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 핸드폰을 쥐고 있는다.

외동딸.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가족여행의 취지와 아이가 생각하는 본인이 누려야 하는 자유 사이에서 충돌이 생긴다. 장거리 운전하는 아빠 옆에서 긴긴 시간 내내 핸드폰 게임 그리고 유튜브를 보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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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모든 것들이 내 눈에는 비판적으로 보이고 있는 요즘이다. 요즘은 아이 방학 그리고 나의 휴직으로 하루 온종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이 시간 동안에도 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지적거리를 찾아 또 잔소리를 빠짐없이 하게 돼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고 있다.


내 잔소리로 인해 우리 아이 머리가 너무 아플 것 같네. 잔소리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말'이다. 나도 알면서 왜 아이의 시간과 행동에 잦은 참견을 하게 되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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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잘하는 점을 잔소리 전 떠올려보자.


그래서 내가 생각과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장점을 잔소리 전 생각해 보기이다.


우리 아이는 핸드폰을 쥐고 있으면서도 시간에 대한 고려를 잘하는 편이다. 학교나 학원 갈 시간이 되면 핸드폰을 탁 내려놓고 준비물을 챙겨 "엄마 갔다 올게~" 하고 후닥닥 나가버린다. 본인이 할 일은 본인이 스스로 한다는 뜻이다. 지금껏 숙제 잔소리를 안 해도 스스로 다 챙겨서 하는 아이다.

우리 아이는 게임중독이 아니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면 가장 먼저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나름 취미생활을 하기도 한다. 내가 놀랄 정도로 재미난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스케줄표를 정리할 때도 있다. 그리고 궁금했던 것들을 검색하곤 한다. 요즘아이들도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할 것들이 참 많아진 세상이다.

아이는 집을 휴식하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매년 학교 담임선생님들과 상담을 했을 때 가장 많이 해 주시는 말씀이 아이가 학교에서 책을 스스로 잘 본다고 하신다. 등교하자마자 또는 쉬는 시간에 독서를 자주 하는 아이라는 나에게는 조금 낯선 면을 전달해 주신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집에서도 아이는 본인 책상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책은 나의 잔소리 없이도 완독 할 줄 아는 성장하고 있는 아이였다.



잔소리 대신 잔잔한 소리


주말마다 아이와 단둘이 지하철을 타고 박물관, 미술관 또는 다양한 체험거리를 찾아 외출을 한다. 요즘은 아이와 카페를 가도 커버린 아이와 친구처럼 책도 읽고 수다도 떨 수 있다. 동대문종합상가에 가면 다양한 비즈, 액세서리를 고르느라 서로 정신이 없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치 큰 미션을 끝낸 것 같이 서로의 물건들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엄마가 가끔 마시는 맥주 한잔에 나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고마운 아이다. 내가 아플 때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내 이마 위에 물수건을 놓고 가는 다정한 아이다. (비록 물이 뚝뚝 떨어져 베갯잇이 다 젖을지라도)


요즘은 다이어리에 감사일기를 한 줄씩 쓰려고 한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가장 고맙고 나이차 많이 나는 나와 점점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감사하다. 잔소리 대신 잔잔한 소리로 아이와 소통하는 엄마가 되자 라며 오늘도 엄마의 셀프반성문은 채워진다.

IMG_1160.HEIC 사랑스러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