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쫌!
가족여행 십계명을 아시나요?
자녀와 여행 시 부모가 자녀에게 덜하면 좋을 금지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직 멀었냐
음식이 달다 짜다
고작 이거 보러 왔냐
돈 아깝다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등등
반대로 자식의 금지어에는 부모에게
똑같은 거 물어본다고 짜증내기
사진 다시 찍어달라는 것
여행 중 휴대전화 계속 만지기
다시는 같이 여행 안 올 거야 등등
이 말들은 예전에 나 혼자 산다의 가수 키가 엄마와 일본여행을 갔을 때 처음 들었다. 가족끼리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니... 씁쓸하고 웃프지만 난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 걸까.
지난주에는 남편의 배려로 오랜만에 혼자 친정에 내려가 엄마와 온천을 하러 대전 유성에 다녀왔다. 여행 가기 전 일찌감치 호텔을 알아봐 예약하고 근처 가볼 만한 맛집도 찾아보며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의 삐걱거림은 잠시 들렀던 아웃렛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 하모니카 동호회를 하시는 엄마가 발표회에 입고 갈 청바지를 구매하고 싶다고 하신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니 내가 보기엔 괜찮았는데 엄마는 이것도 저것도 굳이 여기에서 구매는 안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와 아이옷만 구매해 왔다. 그런데 나중에 동생에게 하시는 말씀이 곧 본인 생일도 있어서 옷 하나 살 줄 알았는데 이번엔 안 그랬다고 약간 아쉬워하셨다고 한다. 오잉...?
그러고 나서 맛집으로 입소문 났다는 평양냉면집에 갔다. 분명 지난번에는 맛있었던 집인데 내가 먹어봐도 하필 오늘은 맛이 애매하더라. 엄마는 식사시간 내내
"이걸 먹으러 여기를 왔냐... 이 냉면을 먹느니 둥지냉면^^을 먹겠다... 등등" 냉면 비난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나는 속으로 '에효.. 그래도 알아봐서 어렵게 왔는데.... 그냥 드시고 가시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농담을 섞어 엄마에게 전한 말이
"엄마! 앞으로 여행 기간 내내 냉면 이야기는 안 하는 거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후로도 텔레비전에서 맛있는 요리만 나오면 냉면은 다시 소환되었다. ^^
드디어 호텔 도착!
나는 너무 편하게 머물고 가는 호텔 침대를 엄마는 "우리 집에 있는 돌침대가 훨씬 낫다."라고 하신다.
내 입장은 이렇다.
결혼도 하고 아이가 있으니 이렇게 혼자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가기까지 '나의 가족의 양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내가 없는 동안 남편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이 스케줄까지 챙겨야 한다. 추가로 반려견까지 신경 써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수 있지만 흔히 말하는 '자유부인'에는 약간의 미안함과 열 배의 고마움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나름 큰 결심을 하고 준비하는 여행인데 이래저래 속이 상한다. 친구들은 엄마와 여행을 다녀온 나에게 '효도관광이네~'라고 하던데 실상은 이 나이가 되어도 엄마와 딸은 티격태격.
엄마는 속으로 나를 가장 많이 걱정해 주신다. 그리고 겉으로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는 가끔 사내대장부 같다. 나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조금씩은 표현을 더 해주시면 좋겠다.
더불어 나와 내 딸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