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가 눈처럼 와!

'비'에서 '눈'을 생각하는 아이

by Celine

오늘은 아이의 학원 마지막 수업이 저녁 7:30에 끝나는 날이다. 해가 부쩍 짧아진 요즘 이 시간대에는 아이 혼자 아무리 동네라도 걸어 다니게 두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퇴근한 남편의 식사를 챙겨주고 부랴부랴 나갔다. 우산을 쓰고.


나는 비를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로 고생을 해 오다 보니 비든 눈이든 남들에게도 뭔가 방해꾼이 있어 (아마 나만 느꼈을) 타인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끊어지기를 바라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그땐 그랬다.


지금은 다른 의미로 비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는 소리, 창문을 열어두면 ‘툭툭’ 창문틀 사이로 튀어 들어오는 빗방울들이 성가시면서도 정겹다. 그리고 비가 내린 후 젖은 공기와 흙냄새도 좋게 느껴진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면서 나란히 우산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다른 스케줄이 바뀌어서 저녁시간에 여유가 좀 있네?”

“응! 모처럼 밥도 다 먹고 가서 지금 배가 불러.”

하며 아이가 웃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이가 하늘을 보며 하는 말,


엄마! 비가 눈처럼 내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한 채 아이를 집에 먼저 들러 보내고 혼자 골목길을 걷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정말 비가 눈처럼 오네?




아이는 어릴 때부터 ‘흔한 것'에서 '본인만의 것'을 찾아가는 아이였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내가 좋아하는 치아바타빵을 사서 차에 탄 적이 있다. 평소보다 좀 더 그을러 진 빵을 보며 남편에게


"여보 오늘은 치아바타가 좀 탔네?"라고 했더니


카시트에 앉아있던 아이가 하던 말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엄마! 그럼 당장 119에 전화해!! 소방관 아저씨 불러!!"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있지만 유자식인 나는 자식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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