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작가의 가족을 만나다.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또는 내가 애정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만날 일이 얼마나 될까?
나는 한동안 매일 밤마다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가족 모두가 잠든 후 혼자 남는 시간이 우울함으로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혼자 그럴싸하게 차려놓고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어가며 혼술을 하기도 하고 멍 때리며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다음날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그러던 중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구독하게 된 정은혜작가의 유튜브에 빠지고 말았다. 작가로서의 하루하루 그리고 일상에서 명언집에 넣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명쾌한 은혜 씨의 답변들이 쏟아지는 곳이었다.
그 “은혜씨”가 우리 동네에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서점에 북토크를 열러 온다는 것이었다.
이날 북토크의 책은 무려 5년 만에 세상에 나온 장차현실 작가의 “은혜야, 살자”였다. 장차현실님은 은혜씨의 엄마다.
난 이미 유튜브팬이기 때문에 이 팝업북 소개는 다 들어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20대의 엄마가 낳은 다운증후군 딸
세상에 혼자 남았을 것 같은 기분이 이 한 줄에서 느껴진다.
<세상에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북토크 내내 떠올랐다.
나도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는 내가 여자일 때 못했던 일을 해야만 하는 존재이더라.
은혜씨 유튜브를 보면 온 가족이 출연한다. 가족들이 어찌나 실타래처럼 잘 엮여 있는지 모른다. 서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의 가족들을 보면 내 마음이 참 훈훈하다. 그리고 그러한 가족애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한번쯤 물어보고 싶다.
실제로 만나 본 은혜씨는 줄곧 봐 오던 영상 속의 그녀처럼 유머러스했다.
가장 우리들의 웃음코드를 열게 했던 이야기는 은혜씨의 어머니가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았을 때 그 당신 장애아를 많이 접해보신 분도 아니기에 아마 16살까지 살 것 같다고 하셨단다. '좀 고약하시네?'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갑자기 은혜씨가 마이크를 들더니 치고 들어온다.
엄마 그 의사 선생님 잘 계시지?
그러게나 말이다. 아마 그 의사 선생님도 먼발치에서 잘 지내고 있는 성공한 은혜씨를 보고 놀라고 계실 것 같다.
은혜씨는 말을 약간 더듬었지만 의사소통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우리들의 틈에 함께 있는 모습이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내가 어릴 때 초4쯤? 우리 반에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가 전학을 왔다. 그 친구에 대한 큰 기억은 없고 항상 웃고 있었고 말을 어눌하게 했다는 것만 기억이 난다. 다만 같은 반에 못된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무리가 쉬는 시간마다 장애가 있는 친구 앞에 가서 꼭 놀리고 괴롭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닌데 평범한 우리는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토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아이와 걷는 길을 선택했다.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약 OO 이와 같은 반에 은혜씨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떨 것 같아?"
"음.. (아이는 약간 생각을 하더니) 뭐가?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아이처럼 나도 남들이 불편하게 느꼈을 "시선"을 조금은 거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처음 우리 동네에 온 은혜씨와 가족들을 만나러 가기 너무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