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서 프랑스 안시로 가는 열차 안
나는 프랑스 안시에서 8개월 정도 머물며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다. 공부에 전념하기보다는 지금 생각하면 처음으로 시작된 장기간의 솔로 해외 생활이었기에 매일매일이 여행 같았던 것 같다.
주말에는 한시도 기숙사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유학생이었지만 가까운 옆동네부터 조금은 큰 마음을 먹고 여행을 자주 다녔다.
프랑스 안시에서 제일 가까운 스위스는 제네바다. 사실 제네바는 유엔본부가 있어서 유명한 도시다. 나는 옆 동네 가듯 갈 수 있던 곳이라 유엔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탁 트인 제네바호가 감탄스러웠고 여러 대사관들의 웅장한 건물들이 기억에 남는다.
제네바에서 해 질 무렵 안시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칸칸이 나뉜 곳이었는데 난 여기에서 갑자기 스위스할머니에게 이 맛난 초콜릿을 받게 된다.
나도 초콜릿맛은 좀 안다고 자부하는데 이 초콜릿의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은 아직도 혀끝에 남아있다.
혼자 무념무상 창가를 보며 앉아있으니 건너편에 앉은 할머니가 가방을 여시는데 그 안이 살짝 보이는 거다. 그런데 초콜릿이 정말 가득했다. 초콜릿 광인 나는 넉살 좋게 왜 그렇게 초콜릿이 많은지 물어봤던 것 같다.
벌써 15년도 넘은 사진이다. 할머니는 너무 로맨틱하게도 프랑스 안시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잔뜩 준비해서 간다고 …..
이렇게 나이가 많은 “할. 머. 니”인데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그 당시 어린 나에게는 약간 신선했는데 할머니가 어찌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시며 쑥스러워하시던지…. 할머니의 수줍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왜 내 짐이 이렇게 있는지 물으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 친구와 심심할 틈 없이 수다를 떨다 보니 프랑스 안시에 도착해 있었다.
어제는 갑자기 이 할머니가 생각이 나더라. 그때의 그 무드와 할머니의 부끄러워하던 모습이 어찌나 생생한지. 잘 지내실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