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뼈, 나는 고기
누구나 마음속에 제2의 그리고 제3의 고향은 있는 법이다.
나에게 제2의 고향은 프랑스 안시, 제3의 고향은 모로코 카사블랑카이다.
프랑스 안시는 불문학을 전공한 내가 졸업 후 생뚱맞게 떠난 곳이었다. 어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어학연수를 다녀오던 분위기 속에서 잠자코 있다가... 졸업하기 몇 달 전에 급 유학원을 통해 몇 남아있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이 프랑스 안시였다. (덕분에 난 졸업식에도 가지 못했다. 학사모 못 써본 엄마 미안~)
안시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스위스 국경까지 내려가야 하는 리옹 옆에 위치한 도시이다. 흔히 프랑스 사람들이 은퇴하면 여생을 보내러 올 정도로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학 4년 동안 복도에서 원어민 교수님을 만나면 입이 얼어붙던 내가 와인과 파티를 알게 되면서(?) 불어가 술술 풀리는 신기한 마법 같은 일을 겪은 곳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쩜쩜쩜...)
프랑스 안시에서 만났던 친구 중 오늘은 Sally라는 중국인 친구가 생각나서 글을 써본다.
이 친구는 나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도 사업을 하고 있었고 대학을 다시 가려고 준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친구와의 시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중국인 Sally 그리고 캐나다인 Maureen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뭉쳐 다니게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나이차이가 어마어마했지만 그저 친구였다는 사실.
난 비디오에서만 보던 에펠탑을 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내가 그때 얼마나 에펠탑의 야경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는지.... 친구들이 참 재미있어했다.
Sally와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백수로 프랑스에 온 대학졸업생은 시간이 남아도는데 이 친구는 늘 사업으로 바빴기 때문이다. 가끔 놀러 간 친구집은 중국음식을 해 먹은 탓에 환풍기가 시커멓게 되어있었고 친구가 안시를 떠나는 날 같이 청소를 했던 기억도 난다.
넌 뼈, 나는 고기
toi Os, moi Viande
이 두 단어가 우리의 별명이었다. 당연히 나이 어린 내가 지은 별명이었다. 기름진 음식을 매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친구는 뼈다귀, 나는 퐁듀에 흠뻑 빠져 그 당시 8kg 나 증가해 고기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잊고 살았는데 이메일을 정리하다 보니 친구와 매년 주고받은 이메일이 참 많았다. 내가 프랑스를 떠나 한국에 있을 때도 다시 일하러 모로코에 가고 영국에 갔을 때도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다. 그리고 나의 결혼과 출산 때도 이 친구에게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었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에게 메일을 다시 보냈다. 설마 답장이 오겠어하며..
요즘은 다들 SNS를 하기 때문에 이메일은 보지 않는 추세다. 친구에게 답장이 왔을 때 바로 열어보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친구는 내가 알던 그(!) 남자 친구와 결혼하여 프랑스에서 예쁜 딸 둘을 낳고 살고 있었다. 프랑스 브르타뉴에 살고 있고 둘째가 우리 아이와 1살 차이었다.
유럽을 떠나 유럽을 잊고 산지 10년이 넘었다. 언젠가 다시 가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꼭 가야겠다로 마음이 바뀌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하기 전에 이 친구와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요즘은 이미 마음이 프랑스에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