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원한 모로코 단짝 메리엠(Meriem B.)

결이 다른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다.

by Celine

내가 아프리카 모로코를 떠난 지 햇수로 11년 차가 되었다. ’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던 나이에서 이제 그 말이 매일매일 피부에 와닿는 나이가 되었다.


비록 11년이란 어마무시한 세월이 지나버렸지만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유일한 모로코 친구가 메리엠이다. 그녀의 첫인상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엄청나게 화려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나와 같은 회사에 근무할 당시 이런저런 상황에서 본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메리엠이 자주 했던 말들은


- T‘es folle? (너 미쳤니?)

- oh merde (프랑스어 욕)

- kiss a** h**** (영어 욕)


등등 수없이 많은 욕들을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배웠다. 악의는 전혀 없이 친구사이에서 상사를 욕하거나 푸념할 때 사용하던 추임새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로코를 떠나기 전날 밤 메리엠 가족과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강한 그녀지만 나와 1:1로 있는 순간에는 우린 꽤 진지한 모드로 종종 변신하곤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모로코에 있을 때 나 스스로를 자책하던 것 중 하나가 영어였다. 불어불문학과를 나온 덕분에 불어는 꽤 유창하지 않아도 익숙한 반면 영어는 비즈니스 문서작성, 말하기 등등 쉽지 않았다. 한 번은 회사 거래처 파트너장에게 메일을 작성하면서 익숙지 않은 탓에 이름 앞에 ”Mr. “ 를 빼먹어 상대가 컴플레인하는 바람에 눈물 콧물 빼며 사과한 적이 있다.


이런 나에게 늘 영어는 불어보다 훨씬 쉬운 거야. 라며 용기에 용기를 얹어 준 덕분에 난 모로코 생활이 끝나던 해에 영국으로 떠나 영어공부를 더 해보기도 했다.


메리엠은 나를 본인 가족의 온갖 이벤트에 초대했다. 본인의 결혼식과 아이들의 생일파티는 물론이고 갑자기 미국에서 친척들이 와도 그 자리에 날 꼭 초대해 주었다. 아랍어와 불어가 난무하는 정신없는 식사 자리가 MBTI 극 I 인 나는 아주 편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공기 속에서 만큼은 내가 이곳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늘 따뜻함을 느꼈다.


- Fais le grimace (얼굴을 찡긋해 봐!)


이 말은 메리엠이 나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평소 쿨하다 못해 납득이 안되면 얼굴부터 찡그리는 내 모습이 귀엽단다. 반면 가끔은 You are so mean(너 정말 못됐다.)를 반복하며 한숨을 쉬기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모로코에서의 마지막밤, 메리엠 방 옆 야외계단에 앉아…


나의 모로코 생활에서 메리엠을 만난 건 우리 엄마가 늘 하시는 기도빨이 통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항상 우리 딸 좋은 사람들 만나게 해 주세요.’라고 그 당시에도 전화만 드리면 기도한다고 하시더라.


메리엠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화려함과 자신감이 여전히 넘쳐 보인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그녀 옆에서 눈물짓기도 한 속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 그녀는 그저 여전히 친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좋아하고 보고 싶은 친구와 11년째 전화통화 한 번을 한 적 없다. 메리엠은 종종 영상을 찍어 나에게 보내주곤 한다. 보톡스를 잔뜩 맞은 얼굴을 내밀며. 그저 메신저로만 말해도 청춘시절 그때 그 모드가 ON 되는 신기한 힘이 우리에겐 있다.


요즘 모로코가 축구에서 우세하다는 뉴스를 자주 본다. 최근엔 한국도 이겼다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모로코 사람들은 축구에 꽤나 열광적인 편이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메리엠에게 쪼르르 달려가 메신저를 강속구로 날려준다.


C’est pas possible….. (말도 안 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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