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가장 인생을 진지하게 사는 친구
내가 노멀피플이라는 브런치북을 따로 만들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바삐 살다 보면 10년 전 20년 전 소중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금세 잊힌다는 사실에 점점 아쉬움이 커져갔다.
나빌은 내가 모로코라는 나라에서 처음 해외근무를 시작할 때 같은 부서에 있던 친구다. (물론 나보다 나이는 한 살 더 많지만 그냥 다 친구였다.) 첫인상은 본인 상사 옆에서 자주 회의를 하며 본인 의견을 어필하는 모습이었다.
나빌은 내가 어려워하는 일이면 뭐든 본인 일처럼 나서서 해결해 주는 든든한 해결사였다. 휴가를 떠나기 위해 항공권을 예약할 때 내 카드에 오류가 생기면 기꺼이 본인이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 주거나 물어물어 해결을 해 주었다.
모로코는 이슬람국가로 매년 이드(EID)라는 그들식의 명절이 찾아온다. 이드 기간에 무슬림들은 장시간 금식을 하고 저녁 늦게 푸토르(F’tour)라는 거대한 식사를 시작한다. (물론 사람마다 간소하게 먹기도 하지만 푸토르를 먹기 위해 하루 종일 준비를 하기도 한다.) 이방인이었던 나는 금식도 하지 않지만 나빌은 기회가 될 때마다 본인 가족의 푸토르 식사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낯선 땅에서 홀로 ‘잘’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빌은 다시 만나면 ‘그때 정말 모든 것이 고마웠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동료이자 친구다.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러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생각처럼 끝맺음이 따뜻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던 나빌은 사내연애로 결혼을 하고 뽀글 머리의 귀여운 여자아이를 낳았다. 보통 아이를 낳으면 SNS에 자식의 귀여움을 자랑하기 바쁘던데… 나빌은 아기 발사진 한 장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더라... 궁금한 나머지 물어봤다.
나빌, 왜 너는 아이를 자랑하지 않는 거야?
너무 귀엽잖아.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아 뉘앙스로 남기려 한다.)
나는 행복을 주변에 자랑삼아 퍼뜨리고 다니면 그 행복과 행운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분명 누군가는 시기 질투를 하기 때문이지….
아차.. 싶었다. 그 당시 블로그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뽐내기에 바빴던 나인데…
나빌의 이 말 한마디는 나의 뒤통수를 빵 때렸다.
나빌도 둘째와 셋째를 낳았으려나. 여전히 매사에 진지모드로 임할까? 많이 궁금하다.
p.s 얼마 전 짐정리를 하다가 내가 프랑스 안시에 여행을 다녀오며 공항에서 구매했던 사랑 어쩌고 하는 불어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빌을 빌려줬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나빌이 그 책을 볼 때마다 나를 기억해주지 않을까 싶어 포기가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