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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Dec 24. 2021

C 대 부속 유치원 1

 노란 버스가 출발하자 그제야 아이는 엄마와 이별인가 싶어 울기 시작했다. 엄마와 영영 못 만나게 될까 무서웠나 보다. 그때 버스 안에 있던 어여쁜 선생님이 나와 아이를 안고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셨다. 엄마도 손을 흔든다. 아이는 버스 안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울음을 뚝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다. 엄마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버스가 안 보일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고 있다. 아이의 뒤를 지켜주고 있다.     

 

 아들이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던 날, 익숙하지 않은 이별을 했다. 아들은 처음이지만 나는 살면서 이런 이별을 몇 번이고 경험했음에도, 아이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읽어 버렸다. 뭔가 내 안에 뭔가가 떨어져 나가는 이 느낌. 언제가 아들이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마음의 한 자리를 비워둬야 하는 예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말이 느린 아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말 걸어 주기와 또래 친구 만나기, 책 읽어 주기가 다였다. 그러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C 대 부속 유치원을 알아봤고, 집에서 가깝고 놀이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보내게 된 것이다.


 이제 책 읽어주는 것도, 친구들과 놀게 하는 것에도 한계가 왔다. 목은 쉬어가고, 친구들과 놀다 장난감을 갖고 싸우기라도 하면 그날은 상대방 엄마와도 당분간 못 만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엄마들과 친구 하는 것은 수학 문제 풀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물론 초등학교 2학년까지도 말이 느린 아이가 되어 버렸지만, 방법을 알 수 없는 육아에 알라딘의 마술램프가 되어 준 유치원이었다. C 대 부속 유치원.     


 아이는 여전히 말이 어눌했지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뭔가가 좋아진다기보다 아이가 있는 그대로 친구들과 선생님께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난 이런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선생님’ 덕분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난 알았다. 아이가 유치원 갈 때 타고 가는 노란 유치원 버스의 선생님을 보고 말이다. 아이를 배웅할 때 난 집에서 대충 입고 나오는데,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복장에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인다. 약해 보이지만 단번에 악동들을 확 잡아버리는 신기한 힘이 있다. 도대체 무슨 힘인 걸까? 

 엄마들은 입을 모아, 

 “선생님이 한 아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골고루 눈빛을 준다니까요.”

 “간식이나 선물을 금하기 때문에 모든 엄마도 선생님도 공평하게 지낼 수 있어 홀가분해요.”

 “맞아요. 선생님들은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아이들을 대하시죠.”

 “유치원 안에 동물원도 있었대요.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와 동물 바이러스 문제로 수가 줄었지요.”

 “그래요. 공작새는 가끔 날개를 펴서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죠? 우리 아이는 토끼를 좋아해서 유치원이 끝나면 절 동물원으로 데려간답니다.”

 “전에 물건을 잃어버려 유치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밤 9시까지 수업 준비를 하고 계셨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며 엄마들은 만족스러워했지만, 정작 선생님이란 직업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K 선생님은 탈모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아이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생님도 좋지만, 지도법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나오셨다는 유치원 앞 대학교를 산책하다 난 결심했다. 여기서 공부해 보기로 말이다. 선생님이 되고 싶기보다 그냥 지도법이 궁금했던 것인데, 결국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난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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