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Dec 17. 2021

우정이 빛나는 순간

 내가 처음 그 음악을 들은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다. 팝송인데 처음 듣는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고등학생이었던 언니나 대학생인 사촌 언니가 듣던 팝송을 우연히 듣다가 한 번에 반해버린 그 곡은 비틀스(Beatles)의 헤이 쥬드(Hey Judu)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틀스를 알게 되었다. 비틀스가 이처럼 유명해진 것은 왜일까? 명문가나 지식인의 배경이 있었을까? 특히 존 레넌(John Lennon)과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그룹이 해체된 후에도 각자의 활동에서 인정을 받았다. 4인조 그룹으로 결성된 비틀스 멤버 전체가 빛을 발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진실 어린 우정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났을 때 이런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나 보다. 한 사람만 보면 이들은 절대 화려하지 않다. 아니, 불행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아일랜드계였다는 점과 영국의 공업도시 리버풀(Liverpool) 출신, 그리고 어머니가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서로의 부족한 점이 음악으로 보완되면서 천둥 치듯 번쩍이는 힘을 만들어 갔고, 그 당시 만들어진 헤이 쥬드(Hey Judu)를 비롯한 예스터데이(Yesterday), 렛잇비(Let it be)는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결혼은 우정을 잠시 주춤하게도 한다. 비틀스의 멤버도 각자의 결혼 앞에 독립을 하고야 말았다. 친구와의 우정을 마음에 간직하고는 있지만, 서로의 생활이 달라지다 보니 전과 같은 관계가 쉽지가 않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배우자와의 관계 속에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이까지 태어나면 더욱 마음이 바빠진다. 친구뿐만이 아니라 가족과도 한동안은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정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문득 학창 시절의 친구가 떠올랐다. 단짝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더니 행동이 돌변했다. 항상 점심도 같이 먹고 수업 끝나고 기다렸다 같이 가곤 했는데 말이다. 그때 느꼈던 겨울같이 차가운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괜히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에 혼자 다니다 보니 뜻밖에 새로운 친구도 많이 생겼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 그때 일을 회상해 보니, 내가 그렇게 적응이 빨라진 것은 단짝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항상 같이 있지는 않지만, 친구와 함께 있는 동안 어느새 우정이 싹텄나 보다. 내 마음속에 자신감과 사랑이 넘쳐흐르게 되었다.    

 우정이라는 것을 빛깔로 나타내면 사랑보다는 연하지만 한번 물들면 지워지지 않는 색일 것 같다. 연하게 물든 봉숭아 물 이라고나 할까. 겨울이 오기 전에 손톱에서 다 잘려나가기는 하지만 좋게 기억되어 매년 찾게 되는 부담 없는 색이고, 다른 매니큐어를 발라도 질투하지 않는 색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와 포도주는 오랜 것이 좋다.”라는 속담이 있나 보다. 처음부터 잘 맞는 친구라면 우정을 지키기 위한 책임도 필요하다. 그만큼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기에 소중히 하라는 뜻일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의 동네, 학교, 회사를 묻는 것도 공통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좋은 동네,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가려는 것도 은연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스승 같은 친구를 찾고 있었고, 어쩌면 우리는 진정한 친구의 힘을 믿고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멋진 만남을 위해서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나도 상대방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솔직하고 정직할 때 진실될 수 있고 그러한 마음가짐이 우정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비틀스의 존 레넌이 죽었을 때 미국의 타임스지는 ‘음악이 죽은 날’이라 하였다. 그 후 친구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결혼식을 존 레넌이 태어난 10월 9일로 정하여 잔잔한 우정의 표시를 전하였다고 한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이지만 우정이 빛나는 순간의 찬란함은 비틀스의 환상적인 음악이 되어 고귀하게 남아있다. (*)


작가의 이전글 전차 電車를 타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